천만 개의 방

Ten Million Rooms

by 김태규

천만 개의 방

Ten Million Rooms


– 김태규


불은 켜져 있다

늘 그렇듯


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닫혀 있고


다들 그렇게 산다


밥은

혼자 먹기엔

많지도 적지도 않게


밥솥 하나

컵라면 하나

말을 대신할까 싶어

스피커 하나


부르는 쪽은 없는데

응답은 늘 빠르다


세상은 전한다

요즘은

혼자가 대세라고


그래

대세면 됐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괜히

화면을 더 깊이 본다


냉장고 문을 열면

반찬은 늘 소용량

유통기한은 멀쩡한데

먼저 상한 건

먹을 마음이다


사람들은 또 전한다

혼자가 편하다고

자유롭다고


맞는 얘기이긴 하다


밤이 오면

천만 개쯤 되는 방에

불이 켜진다


각자

자기 방에서

자기 쪽으로만


별은 많다

하지만


아무도

아무도

서로를 부르지 않는다


여긴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가 아니라

불빛만 거주하는 도시다



[작가의 말]


1인 가구 천만 시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적었습니다.

혼자가 편해진 사회에서

사람은 어디에 남아 있는지

그 질문을 이 시에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