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는 말 없이

Leaving Without a Sound

by 김태규

떠날 때는 말 없이

Leaving Without a Sound


ㅡ 김태규


우리는

마주쳤으나

끝내

서로 보이지 않았다


내 편으로

서 있던 너는

누구 편도 아니었다


시간만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약속은

생기지 않았으니

취소도 없었다


네 하루에서

나는

빠졌고

내 하루에서

너는

없는 자리였다


연결되던 흔적들은

하나씩

작동을 멈췄다

알림은 오지 않았고

기다림은 성립하지 않았다


정리를 제안하는

표시는 없었기에

정리는

스스로 끝났다


사라짐에는

속도가 있었고

우리는

그 속도를

확인하지 않았다


어디까지였는지

정하지 않았기에

여기서라는 지점도

존재하지 않았다


각자의 생활이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그 시점


그것이

이별의 전부였다


남은 것은

비워진 이름 하나 없이

평소와 같은

하루의 진행


만남 없이

선언 없이

관계는

기록되지 않은 채

종료되었다


떠남은

사건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남아 있었다



[작가의 말]


마주쳤지만 보이지 않은 순간이

이별이 되는 경우를 생각했습니다.

말하지 않는 선택이

가장 정확한 종료가 될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