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의 식탁

An Uneven Table

by 김태규

빈부의 식탁

An Uneven Table


ㅡ 김태규


월급이 들어오면

당신의 숫자는 의자처럼 바로 서고

나의 숫자는

벽에 기대어 잠시 멈춘다


봉투를 여는 방식이 다르다

당신은 합계를 찾고

나는 빠져나간 자리를 세어 본다


같은 시장

같은 사과

당신은 윤기를

나는 무게를 든다


저녁이 오면

당신의 통장은 탁자가 되고

나의 통장은

흔들림을 막는 받침이 된다


기울어도

식탁은 넘어가지 않는다

서로 다른 다리로

하루를 버티기 때문이다


사랑은

부자가 가난을 구하는 일도

가난이 부자를 설득하는 일도 아니다

계산이 어긋난 둘이

접시를 한쪽으로 몰아두는 기술


오늘은 내가 물을 채우고

다른 날엔 당신이 불을 끈다

균형은 맞지 않지만

저녁은 끝까지 남는다


부유함은 남김이 아니라

불편을 건너는 손의 방향

가난함은 부족이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선택

우리는 여전히

같은 상을 치운다



[작가의 말]


부부 간의 빈부 차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입니다. 이 차이는 줄이거나 없애기보다 함께 다루는 문제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서로 다른 계산법이 충돌하지 않고 한 끼를 무사히 마치게 하는 순간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격차가 관계를 갈라놓는 선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기술로 작동하는 장면을 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