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에게 배우다

Lessons from the Mold

by 김태규

곰팡이에게 배우다

Lessons from the Mold


ㅡ 김태규


사람은

늘 밝은 쪽으로 간다

거기 가면 뭔가 될 것 같아서


곰팡이는

안 치운 자리로 간다

다들 고개 돌린 곳

끝났다고 밀어낸 데


사람은

쌓아 두다 넘치고

곰팡이는

남은 걸로 하루를 버틴다


사람은

사라지는 걸 무서워하고

곰팡이는

비워진 자리를 맡는다


사람은

보이는 것만 챙기고

곰팡이는

보이지 않는 동안

판을 바꾼다


한때

우리 목숨을 살린 것도

곰팡이였다


그 뒤로 우리는

그걸 병에 담아

서랍 깊이 넣어 두고

다른 욕심을 키웠다


요즘은

썩지 않는 것만 남는다

치우는 일은

아무도 맡지 않는다


곰팡이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

끝난 것들 옆에서

다음 차례를 준비한다


사람이

그 옆에

잠깐이라도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이 세계는

조금 덜

망가질 것이다



[작가의 말]


이 시는 교훈을 남기기 위해 쓰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누군가는 맡아야 했던 일을

누가 해 왔는지를 바라보려 했습니다.

곰팡이는 대단해서가 아니라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시가 독자에게

선택 하나를 조용히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