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Edge Leaves Him
그에게서 날카로움이 사라질 때
When the Edge Leaves Him
ㅡ 김태규
그는 한때
끝을 세워야
하루가 버틴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웃음을 아껴 두었고
고개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으며
지나가는 일보다
붙잡는 쪽에 오래 머물렀다
왜 거기까지 가느냐는
시선이 닿을 때마다
그는
안으로 삼켰다
그의 날카로움은
칼이 아니라
버티는 방향에 가까웠다
물러서지 않기 위해
끝을 세우는 버릇
설명 대신
거리를 먼저 두는 선택
그 자리에 오래 서자
사람이 빠져나갔고
시간도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어느 날
그 끝이 닳았다
소란 없이
계속 쥐기엔
손이 먼저 식은 것이다
그는
내려두었다
날카로움이 빠져나간 자리엔
위로가 아니라
빈 시간이 남았다
— 무슨 일 있어
— 아니
짧은 대답이
그의 하루를 대신했다
끝을 세우지 않아도
하루는 지나갔다
그의 선명함은 얇아졌고
단호함은 가벼워졌지만
대신
조금 늦게 남았고
자리를 쉽게 비웠다
예전 같았으면
닫았을 곳에서
그는 그대로 있었다
그날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덜 부서진 채
다음으로 이어졌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남았다
날카로움이 사라진다는 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마침내
자기 자신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옮겨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작가의 말]
버티지 않아도
하루는 흘러갔습니다.
무딤이
날카로움을 품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