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Without Sentencing
형량 없는 하루
A Day Without Sentencing
ㅡ 김태규
아침
안부를 꺼낼 타이밍이
서로의 화면에서
멈춘다
보내면 손해 같고
넘기면 공기가 식는다
결국
둘은
알림 대신
배터리만 줄인다
저녁
설거지는
생활의 심문실
내 쪽으로 오면
의무가 되고
비켜 가면
기억이 남는다
싱크대 앞을
각자 한 번씩 더 지나친다
물의 김이 사라질 즈음
하루도 무거워진다
주말
보고 싶은 마음과
쉬고 싶은 몸이
각기 다른 의자에 앉는다
바쁘다는 표정
이해한다는 표정
속내는
서랍에 남는다
여행
사진은 웃고
보폭은 엇갈린다
길을 고를수록
양보는 셈이 되고
셈은 피로가 된다
지도 밖의 간격만 늘어난다
마찰의 문턱
미안하다는 쪽지가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버티는 동안
둘 다
하루를 잃는다
그래서
사랑은
협상처럼 보이고
때로는
도박처럼 흔들린다
함께 입을 다물면
가벼운 하루
각자 안전을 고르면
밤이 무거워진다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조사한다
그럼에도
어느 날
접시 하나가 움직이고
메시지 하나가 떠나고
거리 하나가 줄어든다
그날
둘의 하루에는
형량이 없다
[작가의 말]
연인 사이의 갈등을 죄수의 딜레마로 떠올렸습니다. 각자에게 손해가 적어 보이는 선택이 쌓일수록 둘 다 불편해진다는 점이 닮아 있었습니다. 이 시는 이기려는 판단을 잠시 내려놓을 때 하루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관계의 무게를 바꾼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