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Before the Winter Sea
겨울 바다에 서면
Standing Before the Winter Sea
ㅡ 김태규
겨울 바다에 서면
이름들이 먼저 온다
부르지 않은 것들
돌아갈 곳을 잃은 것들
한때는 나였고
한때는 너였던 것들
포말이 터질 때마다
음절이 잘린다
성은 앞에서 멈추고
호칭은 모래에 닿아
형태를 잃는다
나는 발끝을 옮기지 않는다
멈춘 자리에
이름들이 몰려온다
불린 적 없는 날들의 이름
지워졌다는 사실조차
전해지지 못한 이름
바다는 묻지 않는다
왜 왔는지
왜 남았는지
같은 속도로 밀어올리고
같은 힘으로 되돌릴 뿐
그 반복 끝에 남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부서진 호명들
겨울 바다에 서면
나는
하나의 몸이지만
수없이 불리다
끝내 불리지 못한
이름들의 합으로
이 자리에 남는다
[작가의 말]
겨울 바다는 기억을 씻지 않습니다.
다만 부서진 채로 되돌려 줍니다.
그 앞에 서는 일은
잊는 연습이 아니라
끝내 불리지 못한 것들과
같은 자리에 머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