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지 않고 있었다

I Left Nothing Behind

by 김태규

남기지 않고 있었다

I Left Nothing Behind


ㅡ 김태규


너에게서

내 저녁이 밀리면

나는 자연스럽게 비켜섰다


네 하루 끝남에

내 하루 마무리도

맞추어야 하는 것처럼


싫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맞추는 일은

다정해 보였고

참는 얼굴은

제법 성숙한 쪽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하루를 내려놓고 보니

내 쪽 하루가

비어 있었다


주는 일에

성실했을 뿐

남기는 일은

잊고 있었다


이제라도

기준을

바꾸려 한다


주는 마음은

비워도 되는 게 아니라

돌아올 자리를

잃지 않는 쪽으로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늦게 내놓고

조금 덜 맞춘다


가끔

하루 끝에서

내 자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며


사랑은

무조건 다 내놓는 쪽이 아니라

함께 있어도

줄어들지 않는 나를

지켜내는 일이라고



[작가의 말]


두 사람 사이에서 배려라 불러 온 선택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끝없이 내어놓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리를 남겨 두는 기준이 필요한 때도 있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