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나간 사람들에게

A Prayer for Those I Passed By

by 김태규

나를 지나간 사람들에게

A Prayer for Those I Passed By


ㅡ 김태규


나는

큰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다만

서두른 날이 많았고

괜찮을 거라

건너뛴 순간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없었다고

여겼습니다


미안합니다

지금에 와서야

그 침묵이

상처였다는 걸

인정합니다


혹시

내 어조 하나가

당신의 하루를

어긋나게 했다면

그 몫까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혹시

내 무심함이

당신을

혼자 두었다면

그 사실을

지우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괜찮았냐고

묻는 대신

한 박자

늦추겠습니다


이미 지나간 얼굴들아

기억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의 내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잠시만

봐 주십시오


잘 살겠다는 말 대신

덜 다치게 남겠다는 쪽으로

오늘을

옮겨 둡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누군가의 상처를 뒤늦게 떠올린 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말이 책임을 덜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살아오며 깨닫습니다.

말하지 않았다고 괜찮았던 것도 아니었고, 지나갔다고 끝난 일도 아니었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장면들 앞에서, 같은 무심함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남기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