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버리지 않았다

I Did Not Abandon Today

by 김태규

오늘을 버리지 않았다

I Did Not Abandon Today


ㅡ 김태규


오늘이

조금 무거웠다는 걸

애써 숨기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잘 해내지 못한 순간보다

포기하지 않은 시간이

나를 더 오래 붙잡아 주었다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도

하루를 버리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이미 많은 일을 한 셈이다


누군가처럼 되지 못해도

오늘의 나를

놓치지 않았다면

그 삶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엄동설한을

말없이 지나온 가지 끝에서

목련은

서두르지 않고

봄을 준비한다


꽃은

어느 날 갑자기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오래 견뎌 온 시간이

조용히 버티고 있다


운은

멀리서 오지 않는다


지나온 하루들이

서로를 받쳐

조금씩

앞을 밝힌다


그래서 나는

큰 희망을 부르지 않는다


다만

내일도

다시 살아볼 수 있겠다는 마음

그 하나가

지금

내 안에 남아 있다면


오늘은

이미

잘 살아낸 하루다



[작가의 말]


오늘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어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잘해낸 하루보다 버리지 않은 하루가 삶을 더 오래 데려간다고 믿습니다.

이 시를 덮는 순간 오늘의 자신에게 괜찮았다고 말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