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데와 물바가지

Serenade and a Bucket of Water

by 김태규

세레나데와 물바가지

Serenade and a Bucket of Water


ㅡ 김태규


이건

고백이 아니라

실험이었다


위로

음 하나를 던졌다


성공하면 사랑

아니면

즉시 종료


달은

증인처럼 떠 있었고


창은

판결처럼 열렸다


박수 대신

물이 쏟아졌다


머리

어깨

구두


오차 없음


노래는

1절에서 멎었고


물바가지는

후렴을 끝냈다


나는

비를 뒤집어쓴 채

전열에서 빠졌다


사랑은

고지서를 남기지 않고


이렇게

주인공 자리를

회수해 가기도 한다


다음엔

연주보다

우산을 먼저

챙길 일이다


[작가의 말]


문득 낭만적인 장면에 괜히 심술을 한 번 부려 보았습니다.

웃기려던 건 아니었는데, 상황이 알아서 블랙 코미디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랑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가끔은 말없이 정리됩니다.

그래도 얻은 게 하나 있다면

다음 실험엔 악기보다 우산이 더 요긴하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