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참외

Winter Melon Out of Season

by 김태규

한겨울의 참외

Winter Melon Out of Season


ㅡ 김태규


사람 하나를 만났다

철을 잘못 고른 듯

조금 어색한 얼굴로


말을 건네지 않아도

그의 표정에는

서두르지 않는 시간이

고여 있었다


여름 같았으면

스쳐 갔을 호의

지금은

한 조각씩 천천히 남는다


향기를 앞세우지 않고

달아 보이려 애쓰지도 않는

그 태도 때문에

관계는 오히려 오래 간다


삶에는

제때가 아니라고 불린 순간들이 있다

이미 늦었다는 판단

이미 비켜 섰다는 체념


그 틈에

한겨울의 참외 같은 사람이

조용히 놓인다


쓸모를 묻지 않고

이유를 요구하지 않은 채

자기 몫의 맛만

지키면서


우리는 가끔

맞지 않는 시간 덕분에

사람을 더 깊이 마음에 둔다


한겨울의 참외는

관계의 비유다

어긋난 계절에서

끝내 남는 단맛



[작가의 말]


사람과 삶이 늘 알맞은 때에만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긋난 시간 속에서 만난 존재가 오히려 더 오래 곁에 남는 순간을 겨울에 맛 본 참외에 빗대어 적어 보았습니다.

읽는 분의 겨울에도 이유 없이 기억되는 사람이 하나쯤 떠오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