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방식

The Way of Staying

by 김태규

남는 방식

The Way of Staying


ㅡ 김태규


이끼는

기다리지 않는다


비가 없다고

멈춘 적도 없고


햇빛이 세다고

핑계를 대지도 않았다


그냥

붙어 있었다


뿌리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마른 날들이 있었다

아무 일도 아닌 얼굴로

그 시간들을

몸에 쌓아 두었을 뿐이다


자라야 할 이유가 없어서

높이를 만들지 않았고


높이가 없어서

먼저 무너지지 않았다


깨진 벽

허물어진 틈

버려진 그늘마다


이끼는

항상

거기 있었다


강하다고 불리던 것들은

대개

서둘렀고


끝에 남은 건

낮은 것들이었다



[작가의 말]


남는다는 것은 더 붙잡는 일이 아니라, 덜 욕심내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이끼는 속도를 세지 않고, 높이를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낮은 쪽을 택하는 태도 하나가, 때로는 삶을 지속가능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