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한 순간들

아무 일도 없는데, 더는 버틸 수 없었다.

by 제드 Jed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순간은,

대개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이 아니었다.

회의에서 모욕을 당해서도,

성과가 무시당해서도 아니었다.


그날은 특별히 나쁜 날도 아니었다.

오히려 평온했다.

평소처럼 출근했고, 평소처럼 커피를 마셨고,

책상에 앉아 익숙하게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그리고, 더 이상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유 없는 무기력이 쌓여 만든 결심


처음부터 회사가 싫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입사 초반에는 기대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다.

야근도 감내했고, 혼도 나면서 배웠고,

칭찬 한 마디에 다음 날 출근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는 일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성과는 팀의 몫이 되었고,

실수는 개인의 책임이 되었다.


그리고 점점 열심히 하는 내가,

어리석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자리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생각


회사가 잘 맞는 사람들도 있다.

눈치 빠르고, 말도 잘하고, 위에 정치 잘하고,

후배에겐 부드러운.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말을 아끼고, 결정을 신중히 하고,

정확한 방향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속도와 눈치가 전부였고,

그 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늘 '비효율적인 사람, 감정적인 사람‘ 취급을 받았다.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 같았다.

그 생각이 쌓일수록

회사가 나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두면 어떻게 살아?"보다 먼저 든 생각


퇴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처음 든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묘하게 편안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내 존재를 끼워

맞추지 않아도 되고,

비합리적인 지시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잠시지만 마음이 놓였다.


물론, 현실은 복잡하다.

퇴사하면 당장 생계가 불안해질 수도 있고,

다음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대로 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씩 안에서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마무리하며,


퇴사는 드라마틱한 순간에 결정되는 게 아니다.

회사 복도에서, 회의 중에, 점심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쌓인 감정의 결정체다.


"나만 이런 생각 하나?"

"지금 그만두면 너무 무책임한 건가?"

"조금만 더 버티면 달라질까?"


이런 질문 속에서

버티다 버티다, 결국 마음이 먼저 나간다.


몸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지만

이미 마음은 떠난 사람은

그 누구보다 퇴사를 앞당기고 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설명하기 어려운 무기력에 갇혀 있다면,

그건 단지 감정이 아니라

당신이 당신 자신을 보호하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