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조직이라면서 왜 윗사람만 웃고 있나요

꼰대 문화에 지친 직장인의 기록

by 제드 Jed

“우리 회사는 수평적이에요.”

“팀원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예요.”


입사 초반, 면접장에서 들었던 말이다.
그땐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내 의견을 말한 날,
그 착각은 조용히 깨졌다.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 있으니까…”
그리고 다음 주 회의엔

내게 아예 질문이 오지 않았다.


아, 수평은 맞는구나.
윗사람의 말 위에선 누구도 튀어나오지 않는

‘수평’ 말이다.


‘답정너’는 회사의 정체성인가요?


회의 초반, 팀장은 늘 말한다.
“자, 오늘은 여러분 의견을 먼저 듣고 싶어요.”

하지만 이미 표정이 말하고 있다.

‘근데 정답은 정해져 있음.’


누가 다른 의견을 꺼내면 잠깐 정적이 흐르고,
그 뒤로는 ‘네가 뭘 몰라서 그래’ 하는

표정들이 쏟아진다.


그럴 거면 왜 물어보셨나요?
피드백은 왜 달라고 하나요?

애초에 물어본 시점에서 마음은 정해져 있었잖아요.

‘자유롭게 말하라’는 말은 있었지만,

자유롭게 말한 이후는 책임져야 했다.


'답정너'가 팀장인 조직은
늘 ‘의견을 나눴다’는 기록만 남긴다.
실제 결정은, 애초에 한 사람의

손안에 있었는데 말이다.


법인카드, 대체 누구를 위한 혜택인가요?


직급이 높아질수록

법인카드 사용이 사적이 되는 마법을 본 적 있는가.

"팀 회식이니까 내가 계산할게"라더니,
그 자리엔 본인의 친구가 앉아 있었고,
식당은 늘 가던 그 고깃집이었다.


심지어 팀원은 한 명도 못 간 날도 있었다.

다음 날 법인카드 정산서엔
'팀워크 증진 목적 회식'이라고 쓰여 있었다.


팀워크는커녕,

팀장의 육회 취향만 또렷하게 남았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정말요?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 들려오는 말.
“오늘 뭐 먹을까?”
팀원들이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다.

늘 그렇듯, 팀장이 먹고 싶은 거.


"이건 어때요?"라고 누가 말하면
“그거 어제 먹었는데 별로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쯤 되면 메뉴 선정은 사내 정치다.


진짜 수평적 조직은 메뉴 고를 때도 민주적이다.
적어도 회식 메뉴만큼은 그렇다.


“요즘 친구들은~” 이 한마디에 담긴 무례


“요즘 친구들은 책임감이 약해.”
“요즘 애들은 성과보다 워라밸만 따져.”

그 말속에는
'우리는 옛날엔 더 힘들었는데'라는

자랑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자랑은
오늘을 사는 후배들의 현실을 지워버린다.


세대차이와 꼰대는 다르다.
조금만 불편해도 '요즘 애들'이라 퉁치고,

제 방식만이 ‘정답’이라는 태도는
그 자체로 경청을 막아버린다.


마무리하며


조직의 꼰대 문화는

크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조용히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말할 수 있지만 들리지 않는 구조,
선택할 수 있지만 정해진 결과,
존중한다 말하지만 지시가 먼저인 문화.


이 모든 것이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말 없는 이직자가 생긴다.


'잘 맞는 조직'을 찾기보다,
'덜 상처받는 조직'을 찾는 사람들.


그게 지금의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출근길에 묻는다.
“오늘은 그냥 아무 일도 없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