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과 멈춘 시간은 다릅니다
퇴사를 하면,
사람들은 묻는다.
“요즘 뭐 해?”
“앞으로 뭐 할 건데?”
“너무 쉬는 거 아니야?”
말끝마다 ‘불안’이 묻어난다.
그 불안이 꼭 내 것이 아닐지라도,
하루하루가 괜히 초조해진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공백기는 필요하다고.
다만, 잘 써야 한다고.
쉬는 게 아니라 ‘정비’ 중입니다
공백기라는 말은 뭔가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비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매일 채워졌던
과도한 일정, 피로, 감정 노동을
의식적으로 덜어내야
내 안의 본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공백기는 ‘정비의 시간’이다.
기계도 멈춰야 점검하듯,
사람도 한 번쯤 멈춰야
다시 달릴 수 있다.
나는 어떤 리듬에 맞춰 사는 사람인가
출근을 하지 않는 날들.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구나,
정시에 먹는 식사가 나랑 잘 맞는구나,
나는 10시 이후부터 집중이 잘 되는구나,
쉬는 날에도 나는 일정을 짜고 움직이길 좋아하네.
이건 사소해 보이지만,
훗날 내 일을 고를 기준이 된다.
내 리듬을 아는 사람만이
다시 자기 길을 설계할 수 있다.
커리어의 방향을 다시 묻는 시간
퇴사 후 공백기는
잠깐의 정류장이기도 하다.
목적지 없이 계속 달리다
잠시 멈춰 방향을 다시 보는 시간.
내가 정말 잘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하기 싫은 일은 어떤 일이었는지,
돈보다 중요했던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꼭 해보고 싶은 일이 남아 있는지.
공백기는 이 질문에
조용히 답을 줄 수 있다.
말이 아닌 ‘느낌’으로 말이다.
기록은 흐름을 만든다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질 때,
하루를 허무하게 흘려보냈다고 느껴질 때,
기록이 답이 된다.
오늘 내가 한 일 세 줄,
오늘 느낀 점 한 줄,
오늘 배운 것 하나.
이 작은 기록이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잘 쓰고 있다는
작은 자존감을 만들어준다.
공백기의 가장 큰 적은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기록은 그것에 저항하는 도구다.
사람과 연결되기
퇴사 후 공백기에는
이상하게도 인간관계가 줄어든다.
출근하지 않으면 연락할 일도,
만날 이유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 시기야말로
진짜 필요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연락한 전 직장 동료,
커피 한 잔으로 위로가 되는 친구,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선배.
이런 만남이
때론 기회가 되고,
또는 위로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려준다.
마무리하며
공백기는 실패의 시간도,
무기력의 시간도 아니다.
잘만 사용하면
재정비, 재구성, 재설계의 시간이 된다.
남들이 묻는 불안한 질문에
꼭 답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내가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답하느냐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게 묻는다.
“나는 지금 나를 잘 돌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