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죄책감 사이에서
계열사 발령 첫날,
회사 건물 앞에 섰을 때
한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본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인데도,
마치 몇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온 듯했다.
50년이 넘은 낡은 건물은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복도마다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공기마저도 오래된 종이와
먼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엘리베이터 대신 삐걱대는
철제 계단을 올라가며 생각했다.
“이곳이… 내가 다시 시작해야 할 자리구나.”
본사에서의 내 자리는 이제 다른 사람의 것이었고,
여기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민우가 되어야 했다.
사무실 문을 열자,
직원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낯선 시선이 동시에 꽂혔다.
그들 눈빛에는 경계심과 호기심,
그리고 묘한 불편함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속삭였다.
“저분이 본사에서 내려오신 분 이래.”
“관리하러 온 거 아니야?”
내가 인사를 건넸지만, 분위기는 차가웠다.
그날 오후,
경영지원팀 팀원들과 상견례를 마치고
바로 대표이사님을 만났다.
대표님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민우 씨,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 말은 고마웠지만,
곧이어 건네진 설명은 묵직했다.
“지금 회사는 만년 적자입니다.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민우 씨가 온 이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제야 명확해졌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회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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