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고개를 숙일 때, 나는 눈을 떴다.
계열사로 발령된 지 반년쯤 되었을 때,
회사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무거웠다.
복도엔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고,
사람들이 서류를 들고 조용히 인사팀으로 향했다.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이 ‘누군가의 마지막 출근’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회사는 조금씩 달라졌다.
성과는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얼음장 같았다.
회의실에서도, 복도에서도,
점심 자리에서도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최소한의 말만 했다.
서로를 믿지 못했고, 눈빛조차 피했다.
“혹시 내가 다음은 아닐까.”
그 불안이 전 직원의 얼굴에 번져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이런 냉랭한 공기 속에서도
대표이사님은 유난히 밝았다.
그는 자주 회사 밖으로 나갔다.
“대외 활동”이라는 명목이었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지 했다.
하지만 점점 의심이 들었다.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는데,
왜 아무런 말도, 움직임도 없을까.
회사의 상처를 감싸줄 리더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나는 그냥 내 일에 집중하려 했다.
괜히 의심하는 것도 싫었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직원이 조용히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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