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하늘 Aug 10. 2023

23. 7. 26.

꿀렁꿀렁 파도

벼르고 있었던 일들을 몇 가지 했다. 오전에 세차를 했고 오후에 분리수거를 마침내 마무리했다. 혼자 살 때는 특히 더 부지런해야 한다. 모두 나의 일이다. 집안일이라는 건 가만히만 있어도 자연히 조금씩 발생하기 때문에 늘 집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여름엔 더 자주 집 안팎을 들여다봐야 한다. 여름엔 화장실엔 물 때나 곰팡이가 더 자주 생기고 조금이라도 쓰레기봉투를 방치하면 금세 초파리가 꼬인다.

퀴퀴한 냄새나는 빨래를 정말 싫어한다. 본가엔 건조기가 있으나 진해 집엔 건조기가 없어 건조대에 말려놓으면 며칠이 걸린다. 게다가 그렇게 건조한 빨래는 냄새도 좋지 않다. 냄새에 민감해 샤워를 하루 두 번 이상 하고 빨래도 자주 하는 편인데 날이 좋지 않다 보니 빨래가 쌓인다. 종량제 봉투 20리터짜리를 구매해서 사용하는데, 오늘 반밖에 차지 않았는데 버렸다. 이놈의 초파리는 어디서 왔는지 조금만 두어도 금세 생긴다. 여름인 탓이다. 혹시 모를 벌레가 꼬일까 봐 매일 뜨거운 물을 배수구에 붓는데도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이런 날은 그래도 다행이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엔 필사적으로 집안일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매슬로 욕구 피라미드를 봤는데 비단 사회학에만 사용하는 용어는 아닌 것 같다. 이런 하찮은 집안일에도 순서가 있다. 내 경우엔 적절한 휴식이 반드시 채워져야 비로소 집안일을 할 에너지가 생긴다. 속 시끄러운 일이나 몸이 힘든 때엔 어김없이 집안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빨래가 쌓이거나 바닥에 머리카락이 앉거나.



이렇듯 중간이 제일 힘겹고 어렵다. 보통의 집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남들처럼 사는 것. 산다는 건 파도 속에 머무르는 것이라 자꾸 키를 잡아줘야 한다. 잡지 않으면 떠내려가고, 끊임없이 떠내려가게 두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많은 힘이 든다. 요즘 난 떠내려 가더라도 최대한 천천히 떠내려 가려고 한다. 살다보면 힘들고 놓고 싶은 때가 오는데, 그때 뭘 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일상만 붙잡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잘하려고 더 힘내려고 하기보다 간신히 일상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 그러다 보면 때가 온다. 파도가 들이치는 와중 비로소 적당한 파도가 두 번, 세 번 와서 찰랑일 때, 그때 파도를 붙잡고 넘실거리며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모두 놓아버리면 다시 제자리로 오는 데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당히 표류하고 있을 땐 조금의 노력만 더하면 제자리로 올 수 있다.



요즘 수태기다. 수영이 그리 재밌지만은 않다. 돌고 돌아 자유형이 제일 힘들고, 배영 할 땐 뒷사람에게 금세 따라 잡히기 일쑤다. 손과 발에 힘은 무진장 드는데 그만큼 나가질 않으니 답답하다. 그래도 아침에 가방을 싸고 나간다. 일단 나가서 물에 들어가면 또 한다. 쉬어버리면 다시 가기 어렵다는 걸 안다. 늘 속았지 않나. 이때까지 많이 속았으니 학습이 된 셈이다. 사람 사는 게 맘 같지 않으니 어쩌면 알면서도 또 속을 수 있다. 그래도 속으면 어쩔 수 없다. 아쉽지만 일이 그렇게 됐으니 또 힘이 생겼을 때 다시 해보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 23. 7.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