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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늘 Nov 10. 2023

23. 11. 5.

서울에 와서 느낀 것 세 가지

<1>
서울에 왔다. 난 지금 한창 벌어야 할 때라 생각하기도 하고 매달 실제 생활해보면 매번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아 휴가 쓰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에 휴가를 내고 서울로 왔다. 연초부터 간다간다 얘기했던 서울을 이렇게 왔으니 휴가도 안 쓰고 바로 내려가는 건 조금 아쉽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서울에 올라온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자극이 들어온다. 그것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첫째, 주기적으로 계속 떠날 것.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비로소 내가 며칠 전까지 쳇바퀴처럼 돌던 내 삶의 단면을 서울에 와서야 객관적인 시각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관성때문인지 그 속에, 그 일상에 들어와 있으면 찬장 위에 끈적하게 붙은 먼지처럼 생각이 유기적이거나 창의적으로 되지 않는다. 모든 사고가 내가 머물러있는 시각 속에서만, 딱 그 정도의 생각범위 내로만 국한된다. 어제 마침내 내가 살아왔던 생활을 돌이켜보며 벌써 내가 일을 시작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내가 소방생활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진지한 물음을 던져봤다. 그리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내가 진해에서, 그러니까 일상 속에서 내렸던 결론들과는 방향이 많이 달랐다. 일상 속에 있는 나는 내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갖가지 물음들에 객관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평가하지 못한다. 앞으로 중요한 결정들은 오히려 일상에서 벗어난 뒤 결단을 내려보기로 했다.

<2>
둘째, 휴대폰과 멀어질 것. 이전에 내가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에 대해 '디지털 오마카세'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난 이 단어를 보면 아주 그것들을 잘 표현했다 싶으면서도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생각해보면 무심하게 툭툭 던져주는 영상엔 내 입맛에 가장 당기게 만든 썸네일들이 눈 앞에 잔뜩 펼쳐져있고, 그렇게 저절로 다가간 검지손가락을 여러번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다보면 한 시간 쯤은 우습게 지나있다. 그러면 그 한 시간동안 내가 건진 것은 무엇인가 보면 도파민 몇 조각. 혹은 귀엽거나 슬프거나 예쁘거나 웃기거나 했던 사소한 생각 조각들 그 뿐이다. 이런 영상을 시청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내가 원하지 않음에도 나도 모르게 이끌려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제 이런 생각을 하고 오늘 휴대폰을 식탁 앞에 그냥 둔 채로 아침밥을 먹었다 . 음식물을 오물거리는 1분이 10분처럼, 매콤, 짭짤, 달달한 맛이 평소보다 2배는 더 크게 느껴졌다. 평소에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음식물을 삼킬 때보다 모든 감각이 몇 배 더 활성화되는 듯했다. 새삼 휴대폰의, 도파민의 노예였음을 자각하면서도 언제 또 다시 내가 도파민을 찾게 될 지 무서웠다. 여태껏 sns 두 번째 지웠다 깔았다. 그냥은 제어가 안 되니 아예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자는 의도였다. 얼마나 많은 n회차 시도가 있어야 도파민에 매몰되지 않을까.

<3>
셋째, 그냥 쓸 것. 이 문장에 '쓰다'를 사용했지만 다른 동사도 모두 포함된이다. 그냥 읽을 것, 그냥 갈 것, 그냥 볼 것 등등. 뭐든 우선 생각하지 말고 해 볼 것.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난 글을 쓰기 전 너무 잰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내가 쓰고 싶은 주제가 많다. 몇 주전에 썼던 소방장비에 관한 글도 마무리 하고 싶고, 통영 철인3종에 나갔던 후기, 그밖에 내가 살면서 느꼈던 것들을 잔뜩 메모해두었는데 그걸 꺼내서 거침없이 쓰고 싶다. 그럼에도 내가 주저하는 이유는 더 잘 쓰고 싶어서다. 내게 더 잘 써지는 환경은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미쳤을 때인데, 문제는 그때가 웬만해선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성을 좇다보면 '대체 글은 언제 쓸건데?' 하는 물음에 닿게 된다. 어제 만났던 동생도 평소 글을 쓰는 동생이었는데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내렸던 결론은 '일단 쓰자' 였다. 언제까지 글이 잘 써지는 때만 기다릴 게 아니라 써지든 써지지 않든 우선 노트북을 펴고, 펜을 들어서 꾸역꾸역 써내려 가보자. 그래서 쓰고 싶은 날도, 쓰기 싫은 날도 같은 수준의, 비슷한 온도의, 동일한 울림의 글을 쓸 수 있는 내공을 갖추자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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