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리배는 더 이상 삐걱대지 않았다

by 서담


이십 년 전,

사진을 봐야지만 얼핏 그려지는 흐릿한

기억이지만 나는 오리배를 탔다.


삐걱거리는 페달 소리,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할지 몰라 헤매던 방향.

물보다 어린아이의 감정이 더 출렁이던 시간이었다.


며칠 전, 나는 다시 오리배를 탔다.

타기 전 돈을 내고 고생하는 게 아닌 가 싶었다.

사실 이전에도 몇 차례 타려다가 말곤 했는데

날이 좋아서 타기로 했다.


타려고 구명조끼를 입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젠 오리배는 전동이었다.

누가 저어주지도 않았고,

내가 발을 구르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뱃머리도 부드럽게 돌아갔다.

속도는 여전히 느렸지만,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덜 요동쳤다.


지레 겁먹고 멀리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 불안과 걱정은 내가 겪을 일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하게 된다.


그리고 어릴 땐 몰랐던 게 있다.

물 위에서 천천히 움직인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조용한 한강 위에서,

나는 내가 자란 만큼, 오리배도 자랐다는 걸 깨달았다.



- 서담, 첫 글 맺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