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질문이 나왔다.
“당신은 착한 사람인가요?”
질문을 듣자마자 질문을 뽑은 사람과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착하다, 그렇지 않다, 반반이다 등등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누군가가 “서담이 착하지” 하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방금과 달리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맞아, 늘 친절하지.”
“싫은 말 안 하잖아.”
“착하지, 엄청.”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싶으면서 도무지 입이 안 떨어졌다.
그냥 머쓱하게 웃기만 했던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질문을 나한테 다시 던졌다.
나는 정말 착한 사람인가?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상대가 불편할까 봐 내 감정을 뒤로 미루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한 날이면 후회가 남는다.
말을 해도 되는 순간이었는데,
거절해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왜 그걸 끝까지 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그걸 하지 못한 자신을 자꾸 탓하게 될까.
그 후회 속에는 늘
**“진짜 착한 사람은 이런 고민도 안 해”**라는
목소리가 숨어 있다.
나는 그걸 안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착하려고 애쓰는 사람일 뿐.
착함이 성격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훈련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착하다는 말은 따뜻했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몸에 맞지 않았다.
- 서담, 두 번째 글 맺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