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단체 톡방에선 먼저 리액션하고,
회식 자리에서는 어색한 분위기를 중간에서 최대한 심폐소생 하려고 한다.
생일이면 주변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드는 게 좋다.
그러니 누가 내게 “넌 사람 좋아하지”라고 말하면,
나는 별 고민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군가 단톡방에서
“이번 주말에 볼까?”라고 묻는 순간,
마음 한편이 먼저 피곤해진다.
뭘 입지? 어떤 얘기를 해야 하지?
몇 시쯤 끝내야 할까? 머릿속은
약속 하루 전부터 ‘피곤 예행연습’을 시작한다.
좋지 않은 건 아니다.
그냥, 좀 벅차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누구에게도 먼저 만나자고 해본 적이 없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나도 꽤 괜찮아서 문제다.
혼자 있을 땐, 나를 좋아할 시간이 많아서인지 단순히 귀찮아서 인지 여하튼 나도 나를 모르는 사람이다.
모순일까 싶기도 하지만,
약속이 생기면 쉬는
그 한숨이 그저 나만의 호흡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