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사랑, 첫투자’
처음이라는 단어는 항상 생각 만으로도 설렘을 안겨줍니다. 날카롭고 차가운 이성적 판단이 우선해야 할 투자의 세계에서도 처음의 힘은 작동할까요?
스타트업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이를 누구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투자사도 있습니다. 바로 블루포인트의 예비창업육성팀 ‘마젤란’인데요. 마젤란팀은 블루포인트의 배치(Batch) 프로그램 ‘동창’(同創)을 운영하는 팀이랍니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인 ‘브리딩’의 박상희 대표님은 바로 이 마젤란팀과 사랑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분입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투자사와의 관계는 ‘조심스럽고 어렵다’고만 하시는데, 박상희 대표님은 어떻게 블루포인트와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요. 2021년 겨울 ‘동창 3기’로 시작된 소중한 인연의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 봤습니다.
‘펫 에듀테크’ 플랫폼 브리딩 홈페이지의 모습
1. 안녕하세요. 브리딩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펫 에듀테크 플랫폼 '브리딩' 대표 박상희 입니다. 저희는 반려견 행동진단 기술로, 문제 행동 원인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여 맞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배움이 깃든 평화로운 반려생활’을 핵심가치로 사람의 일상과 강아지의 평생을 책임지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 첫 투자 유치였던 ‘동창’, 지원하신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평소 좋아하던 대표님이 제게 핏이 맞을거 같다며 지원 링크를 주셨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정말 제 얘기를 잘 들어줄 거 같고, 한 팀처럼 으쌰으쌰 나아가는 파트너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저는 초기 스타트업은 액셀러레이팅이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무조건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제 경우에는 창업이나 사업 개발 방법을 너무 몰랐고, 배우지 않고 시장에 진입하면 폭삭 망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게 된 동창 페이지는 뭔가 배울 수 있는 학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성향상 호랑이 선생님들은 부담스럽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분들이 좋은데. 동창이 그런 느낌이었어요.
3. 블루포인트 ‘동창’ 선발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팀 미션이 있던 ‘동창찾기’가 기억에 남아요. 사실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팀워크를 테스트해 볼만한 자리가 저희는 처음이었어요. 최종 투자팀 합격-불합격이 걸린 미션일수도 있었지만, 저희에게는 워크샵 같은 느낌으로 서로를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됐어요. ‘정말 끝까지 갈 수 있는 팀이 맞을까?’ 라는 생각도 시험해보게 됐던 자리였구요. 하나의 팀으로 집중해서 무언가를 함께 성취해 본 첫 경험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4. 동창의 정기 오프라인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이 있나요?
딱 하나를 고르기 어려워요. 도움이 안 됐던 게 없어요. 처음에는 팀끼리도 서로 모르니까 각자 주장을 내세우고 많이 싸우고, 돌이켜 보면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하나를 고르자면 ‘킬 더 컴퍼니’(Kill the company)였어요. 우리 회사가 망한다면, 망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포스트잇에 써야 했는데. 그때 저는 ‘대표가 투자를 못 받는다’를 썼어요. 그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포스트잇을 정말 긴장하면서 접어서 붙였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PMF(Product market fit) 검증에 더더욱 집착했고, 계속 매출 지표로 풀어갔던 것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데 유효했던 거 같아요.
1년 과정의 동창 프로그램 - 더 자세히 보기: https://www.dongchang.blue/program
5. 오프라인 프로그램 말고 도움이 됐던 점이 있을까요?
동창 이후에 블루포인트에서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투자가 확정된 순간 심사역님과 통화를 나눈 게 기억에 남아요.(눈물 났어요) 동창을 통해 첫 투자를 유치했다면, 블루포인트에서 후속 투자 유치를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목표가 되는 것 같아요. 동창 프로그램 동안 저희의 성장을 가까이서 보여드리고, 가치를 인정받은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은 팁스(TIPS)를 준비했던 기간 이에요. 담당 심사역님과 함께 밤낮으로 사업을 살펴보면서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와 깊이를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자신감도 생긴거 같아요. 팁스를 준비하며 머릿속이 정리 되니까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하고 있어’, ‘앞으로 사업을 이렇게 해 나갈거야’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시기를 함께 고민해주신 투자사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당시의 몰입이 이어져서 후속 투자유치도 잘 끝낼 수 있었어요.
동창 Alumni 북클럽도 정말 좋았어요. 팀원들과 함께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팀원들에게 "책 읽고 다같이 참가하자" 했을 때, 다들 툴툴 대고 안 할 줄 알았는데 책을 모두가 읽고 와서 감동 받기도 했어요(웃음)
6. 3기 동창 선발팀 가운데 가장 인상깊은 팀이 있다면요?
시니어 정기배송 대행 ‘옹고잉’을 서비스하는 ‘내이루리’팀이요. 모든 팀원들이 함께 살면서, 인생을 걸고 사업과 생활을 경계 없이 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7. 동창 Alumni 간에 주고받은 도움도 기억에 있을까요?
저는 받은 게 너무 많아요. 1기의 뮤직 테크 기업 ‘버시스’에서 사업 멘토링을 연결해 주셨고, 제게 생소한 분야인 B2G 영업에서 정부 사업을 활발히 하고 계셨던 2기의 ‘윈드폴리’ 대표님이 노하우를 많이 나눠주셨어요. 3기 ‘디지털네이티브스’와는, 투자자를 서로 연결해주고 같은 심사역에게 후속 투자까지 받았죠. 정말 감사했어요.
도움 드린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동창 4기에 키노트 연사로 참여했어요. 창업 초기 PMF를 찾기까지 여정과 중요성을 소개해드렸고, 투자유치를 받기까지 겪었던 솔직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동창 4기에 식자재 SCM 솔루션을 개발하는 ‘트라이포드랩’에 고객사를 소개 시켜 드렸었는데, 파트너십까지 연결됐던 케이스가 있어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8. 동창이 5기 모집을 앞두고 있어요. 어떤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나요?
제가 겪은 동창을 많은 분들이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제게 정말 모두가 소중하고 필요했어요. 신기한 것 중에 하나는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은 대표님들과 종종 이야기를 하는데, 투자자와의 관계에서 불편함이 많더라구요. 어렵게 느끼기도 하시고…
저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저는 고민이 생기면 제일 먼저 투자사를 떠올리고 조언을 구하는 것 같아요, "원기님, 이럴 땐 어떡하죠?" 느낌으로 바로 연락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는 블루포인트가 든든한 코파운더 같기도 합니다.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도 이런 든든한 코파운더가 있다는 걸 느끼면 더 힘이 나서 기세를 몰아 달려가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앞으로도 동창이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든든한 프로그램이면 좋겠어요.
브리딩의 동창 3기 인터뷰 중 - https://www.youtube.com/watch?v=-pdXOlMN2gY
9. 마지막으로 동창을 통해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스타트업 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동창에 와서 배운 것은 차근차근, 하나하나 밟아 나가는 것이었어요. 동창은 요행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에요. 본질부터 잡아서 변화를 함께 만들어내는 파트너를 만난 곳이라,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사업의 본질을 찾고, 튼튼하게 성장하고 싶다면 동창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무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Written by 최원기
동창 1기부터 블루포인트의 초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온 초기 스타트업 성장에 진심인 심사역이다. 시간과 자원이 더없이 한정된 초기 팀에게 무한정 도움이 될 수 있는 심사역이 되겠다며, 매일 의지를 다잡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