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ycling art
‘필요에 따라 이롭게 사용한다’라는 ‘활용'의 의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재활용품을 이용한 창작에는 통상 목적이 있습니다. 쓸모를 잃어버린 물건에 새로운 활용 능력을 부여해주려는 목적. 그렇게 쓸모없어진 물건을 다시금 쓸모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킵니다. 하지만 재탄생 된 그 물건의 쓸모란 비참한 경우가 대부분. 많은 엄마가 “쓰레기로 또 쓰레기를 만들어 왔네"하며 힘들어하곤 합니다. 재활용품만 보면 우리는 왜 이렇게 ‘쓸모'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차라리 ‘쓸모’를 포기해 보면 어떨까요?. 본래 예술이 쓸모와의 거리인 만큼 말이죠.
재활용품을 쓸모와 거리가 먼 예술창작의 재료로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재활용품을 수많은 만들기 재료 사이에 놓아 보아요. 저희는 다양한 재료들을 색상별로 배치하여 사용합니다. 필요한 색상 속에서 원하는 모양을 찾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하지만, 재활용품끼리 모여있지 않고 다양한 색상 속에 다양한 재료와 질서 없이 흩어져 있으면 ‘재활용'이란 선입견을 쉽게 지울 수 있거든요.
만들고 싶은 것의 결과물을 구상하고 계획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찾는 방법도 있지만,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자연물로부터 연상되는 것을 발전시켜 작업했던 것처럼, 수많은 재료 속에서 마음에 드는 재료를 정하고 그를 중심으로 연상작업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이 쉽게 작업을 진행하고 결과물에 만족했던 경험이 많거든요.
[이모를 위한 생일선물] 혼합재료. 2022년 송재민 (초5)
점토
많은 아이가 좋아하는 천사점토는 무척 좋은 재료입니다. 가볍게 주물러 다양한 모양을 만들기 편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워 섬세한 작업엔 어려움을 느끼곤 해요. 손에 힘이 어느 정도 붙으면 지점토로 넘어갑니다. 주무르는 힘이 더욱 필요하지만 섬세한 작업에 있어선 오히려 천사점토 보다 수월합니다. 점토로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을 즐기는 이라면 그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천사점토를 구입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색상점토를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수채화물감을 천사점토와 섞어 자신이 원하는 색을 직접 끌어내도록 해요. 물감으로 수없이 많은 배합을 해 보아야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색상을 알 수 있고, 어떠한 색상으로 어떠한 느낌을 낼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술창작에서 무척 중요하기에 권유라기 보다 당위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랍니다.
[호수가 있는 풍경] 천사점토, 지점토, 나무, 플라스틱(재활용) 2017년 송윤주 (초3)
조개껍데기, 파스타, 볼트와 너트, 전자제품 부속품, 단추 등
작은 크기의 재료들입니다. 커다란 작품의 일부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작은 재료들만의 배합으로 상상을 펼치는 것도 재밌습니다. 파스타는 종류가 다양하기에 이어 붙이는 방식에 따라 귀여운 괴물에서부터 상당한 크기의 구조물까지 가능합니다. 엄청 재밌는 재료예요. 조개껍데기 등의 자연물과 볼트, 너트, 전자제품 등 인공물의 이질적 배합은 괴물이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상상력 자극에 무척 좋답니다.
[벌레] 소라껍질, 전자제품 부품. 2016년 김홍담(초6)
[수면 위에 드러나다] 파스타, 소라껍질, 나무. 2017년 이예지 (초4)
종이상자
부담 없이 사용하기 정말 좋은 재료입니다. 잘라서 짜 맞추는 작업을 하기에도, 박스를 그 자체의 공간으로 사용하기에도, 풀로 종이나 천을 붙여 꾸미는 작업을 하기에도, 파스텔이나 물감으로 채색하기에도 좋습니다. 작업을 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버려도 자연을 해친다는 죄책감을 받지 않는 편안함까지 갖췄어요,
종이상자를 평면으로 펼쳐 지형을 상상하며 세상을 만들 수도 있고, 상자 자체를 공간으로 사용하거나 박스를 이어 붙여 구조물을 건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상 속의 세상이나 구조물을 꾸밀 경우 만들기 재료를 총동원하게 됩니다. 다양한 재료를 눈앞에 펼쳐놓고 다양한 재료를 보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결과물 자체만으로는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상상을 펼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구축해 나가고, 그 모든 것을 형상으로 담아내는 ‘형상언어'를 발전시키기엔 최고입니다. 아래 작품은 두 아이가 공동작업을 한 것인데, 요리사를 만들고 주방을 꾸민 아이들은 거실, 욕실, 침실 등으로 확장했어요.
[주방] 혼합재료. 2017년 송윤주(초3) 임유빈(초3) 공동작업.
윤주는 위와 같은 작업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종이상자를 하나의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을 즐겼을 뿐만 아니라 쓸모를 잃어버린 물건으로 귀여운 작품을 빚어내곤 했어요. 어른에게 칭찬받으려는 목적 없이, 오롯이 자신이 즐기는 작업에만 집중하는 모습, 저학년 아이들에게서만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어른의 눈에는 때로 조잡해 보일 수 있겠지만, 본래 예술의 의미와 결과물에 근접한 아동미술일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래는 2015~2016넌 당시 초1~2년이었던 윤주의 다양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