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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Feb 25. 2024

13. 간절하지 말라구, 다친다구

- 간절함 One, Two


다 거짓말이야(간절함 One)



계단에서 인사팀 직원을 만났다.

나는 그 때 힌창 ‘먹히지’ 않는 중이었고

잔뜩 위축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녀가 내게 굳센 발음으로 말했다.


“다 거짓말이야.”

“그러니까 힘내요 성대리.”


불끈 힘이 났고 마음은 뭉클했다.


‘됐지, 한 명은 알고 있으니까.’


자잘한 이야기들을 나눴고

이후로 그녀와는 서로 안부를 묻는 관계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에 떠오른 한 마디를

내게 뱉어 놓았을 뿐이지만

 사면초가였던 나에겐

단비처럼 간절한 한 마디였다.


치마자락을 흩날리며

내 앞길을 흩어놓았던 그녀들,


거기에 일언반구라도 논쟁하지 않으려고

내게도 문제가 있다라면서

나의 ‘자세’를 문제시한 나머지 사람들.


나는 포위되어

앞이 보이지 않았었다.


비록 직렬은 달랐지만

입방아에서 자유로운 이,

티를 내서 내 손을 잡아주었던 이는

그녀가 유일했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이었다.





간절하면 이용당한다(간절함Two)



그때 나는 탈출을 꿈꿨다.

꿈인 줄도 모르고 푹 빠져서 꾸었던 꿈.


그런데 내가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조직에서 만난 사람들이 쓴 색인경은

더 짙어졌다.

이 쯤부턴

일에서나 관계에서나

절대 유연함은 기대할 수 없었다.


무슨 좋은 취지도

아무리 낮은 자세도

소용없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내가 빠져나간 조직에

자신들만 남길 바라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옆에 두고

계속 비난하고 험담해야 했을까?


그렇게 해서

나는 그들의 밥그릇 속에 남았다.

탈출에 실패한 바로 그 날로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내 삶에 다른 어떤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긴 아직 이를 때였다.


그때 만난 책임자들은

내가 탈출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맘껏 나를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했고

맘껏 내 능력을 조롱했다.


그 때 나는 내 꿈에 너무 진심이었기 때문에

기피 업무에 기용되더라도

부당한 말을 듣더라도

그게 모욕적이라고 느끼면서도

내가 이용당하는 줄 몰랐다.


시간이 흘러서 보니

그 당시의 내 상황이

풀리는 것 없이 꼬이기만 한 것은

나의 간절함을 남에게 들켰기 때문이었다.


티를 내고 드러내서 아는 게 아니라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개인에 관한 일을 아무 데나 흘려 주어도

반박할 수 없는

상하 위계가 강한 조직 특성상

도대체 비밀이란 게 지켜질 수가 없었다.


나의 수를 읽힌다는 건

수영장에 물이 빠지고 난 후 드러나는 맨몸과 같이

속수무책이 되 버린다.





몸부림칠수록 늘어나는 약점들



프레임에 갇혔다.

프레임이란 비난하고 깎아내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통된 이미지로 사건과 사람을 보기 위해

만들어 낸 이다.


한번 맞춰지면 계속 아니라고 주장한들

빠져 나올 수는 없다.


내가 조직 생활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내 의사에 반한 프레임을 걸어서

나를 넘어뜨리고 도리어

넘어진 사람에게 탓을 돌려서

그 사람이 상할지언정


프레임은 강하다.


나중엔 내가 프레임인지, 프레임이 나인지

닭인지, 계란인지, 뭐가 뭔지

쌍방이 어물쩡 넘어가면서 고착된다.


내 발로 조직을 걸어나가기 전까지

얼룩덜룩한 이미지는 바뀌지 않고


나는 후회하고 자책만 하다가

고립 다음은 죽는 것인데 하면서

삶의 희망을 버릴 수 있는

문제적 문제가 바로

프레임이다.


나는 거기에 걸렸다

는 걸 인정하고,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는 걸 현실로 받아들였다.


살려면, 살아남으려면

내 소중한 삶을 완전히 전환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 과정에서

글을 쓴다.


양양 낙산사에서 마주한 글. 나는 마음이 계속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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