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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Feb 04. 2024

2. 돈의 문제가 아니에요

- 열심히 일한 사람을 배제할수 있는 문제에요

 공기가 쎄했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존재였고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에 민감해진다.

나를 받아들이는지 밀쳐내는지 안다.


 과장은 내가 내려주는 커피잔을 손끝으로 밀어내면서 이제는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쌓아올린 높은 벽에 갇히다


.


 그후로 나는

삽시간에 내 주위의 사람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신기루 같았다.


하나둘 내게 와서 말하는 숫자가 줄었고

와서 말하는 사람들도 마지못한다는 기색을 비췄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데

내게는 아무런 내용도 비추지 않았다.


식후 산책을 하지 않던 과장이

사람들을 끼기 시작한 건 그 때쯤이었다.


얘는 이래서 싫고 쟤는 저래서 웃긴다고

말하던 그가 바로 그 '얘'와 '쟤'를 끼고

한바퀴 돌고

어라, 두바퀴도 돌았다.


나는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결과를

미리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나는 혼자가 되었다.





내게 일어난 위기를 마주하기 위한 독서





성 대리는 왜 열심히 일하는 거야?




왜 열심히 일하는 거냐는 질문은

처음 듣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이 아닌 그 말들에는 분명하고 엇비슷한 가시가 들어 있었기 때문에 잊을 리가 없었다.


시스템이라고 하자.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허투루 돌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항상,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니 시간 투입도 많았고

사람들에게 주로 이야기하는 내용도 일 얘기가 많았다.

자연히 퇴근시간은 늦춰졌고

일하다 보면 내 일이 아닌 것도 많이 터득하게 됐다.



문제는 사람들은 그걸 싫어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자신들과 다른

태도,

일에 대한 자세,

'마.인.드.'

그런 것들이 대개는 거슬렸나 보다.


일도 일이었지만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농담 주고받으면서 성격도 알게 되고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면 일할 때도 유연해져서

관계 형성에 시간 할애를 했다.


그런데

그러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모두 자기 일만 했고

자기 일 이외에는 관심 갖지 않았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에게만 친절했지

남의 부서, 남의 직원에게 관심 두지 않았다.





일하는 게 좋았다.
일을 해서 반듯하게 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해서 돌아온 것은 완전한 고립이었다.


왜냐 하면 내가 과장을 비판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도 과장을 뒤에서 욕하고 있었고

모이면 입을 모아서

그의 무능함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공정한 판단과 합리적 선택을 할 거라 여겼다.


믿었다고까진 하지 않겠다.

믿은 것은 나의 올바름 정도였다고 해 두겠다.





모두가 열심히 하거나, 모두가 훌륭하거나,,
둘 중 하나는 돼야





고립을 겪으면서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데 한번씩 귀가 아프고 윙 -- 울리는가 하면

친하게 지냈던 팀장이 아침에 마주치자


"성대리, 어제 술 마셨어? 얼굴 왜 그리 부었어?"

라고 했다.


술을 마실 여력이 없었다.


그저 피곤해서 쓰러지고만 싶었고

귀가하면 그냥 쓰러졌다.


두피가 자꾸 가려웠다.

나중에 알았다.

건조증후군이란 것도 있다는 것을.



병가를 신청하고 찾은 병원이 여기저기 많았다.

증상을 말하면 모든 의사들의 첫 질문은 하나였다.

"스트레스가 심하셨나 봐요?"


병원 문턱을 넘으면서

내가 왜이리 쓰러졌고 못 일어나는지

억울하고 서러운 생각이 치밀어 올라서 힘들었다.


여기저기서 주는 약이 너무 많았다.

약이 서로 중복도 되겠다 싶어서 고민하던 차 찾은

한 병원의 원장님은 "누가 괴롭히냐?"고 물었다.


사실 과장이 자꾸 꿈에 나와

이 말 저 말을 해 대는 통에

자다 깨기 일쑤였고 잠들기도 무서웠던 때였다.


혼자 일해선 되는 게 없었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본성이고

따라오는 것은 시기하는 무리들의 결속 뿐이다.


둘 중 하나,


모두가 열심히 하는 직장이던지,

모두가 훌륭한 자질을 가졌어야 할 일인 것이다.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업무로 인한 것
이라고 규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받은 공무상요양 불승인 통보문에 딸린

편지(?)에

인사혁신처 담당자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라고 써 준 설명문이

더 나는 아팠다.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

규명되어야 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급여는 제한될 수 있'다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약함, 즉 '너 원래 약골이지?'라고 해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인과관계 부분도 사전에 염려하긴 했었다.


하지만 정작 읽어보니,

내가 월급 돌려 달라는 취지로 공무상 요양을

승인 신청했다고 ?

하는 생각이 첫번째로 들게 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을 배제한 행동을
승인하겠다는 거에요?




돈을 허투루 쓰고 살면 안 된다.

돈은,

없으면

선했던 부부 간이 나빠지고

가난한 집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돈 벌려고 일하고, 돈 때문에 초과근무하고

그랬던 사람 아니다, 나는.

더불어 공무상 요양도

돈 찾아먹으려고 신청한 게 아니다.


불승인이라는 이 결과는 말이지.

열심히 일하다가 병난 사람들을 더 울린다.


 나 같은 사람 대상으로

왜 열심히 하냐고 비아냥 거리며

월급 따박따박 채워 받는 데만 비중을 둔 사람들의


손을 번쩍 들어 준 것이라 하겠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자기 동네에서도 무서운 법.



하물며 직장에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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