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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Mar 27. 2024

27. 사람의 기운이 사람 살려내

- 그 외에 무엇이 있을까. 건강 괸리?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사람도 그렇다.


십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

지금 난 두번째 생을 사는 기분이다.


십년간 일에 능숙해졌고

머리와 손과 몸에 일이 배었다.

지지부진함을 참지 못할 때가 있었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됐다.

한계에 부딪히자

조직에서 오도가도 못한다고 느꼈을 때

그때 병이 났다.


지금껏 여러 노력을 했다. 이겨내려고.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어쩌면 이 과정 자체가

나의 '멸망'이 아니라 큰 '슬럼프'였을 뿐이며


나는 동종업계(?) 종사자 중에

그런 대로 유능하고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어서

남의 부러움을 넘어 시샘을 강렬하게 받을 만큼

‘잘’ 살아 왔지 않은가 말이다.


나는 열심히 해 온 자신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은 나를,

아니면 무너졌지만 복구될 수 있었던 나

내 입으로

"지혜롭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다루네.

-법구경-



돌아봤을 때 십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완전히 다른 수준에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을 견디며

내가 믿고 있는 사실은

십년 후의 나에겐

지금의 나로서는  괄목할 것이

몇 가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경쟁보다 성장



남과 비교하면 끝이 없겠다 생각을 한 건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걸 보면서였다.

사람을 수저로 명명하고(흙.., 금..)

주택 수로 사람을 나누더니

상급지 하급지로 또 나뉜단다.

역세권을 이기는 건 초역세권...

이렇게 됐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잘 하자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많은 좌절과 도전의 연속이라는 과정이 있었다.


사실, 인간관계의 총합이 내 인생 점수라면

나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게 점쳐지는 부류다.


그나저나 어울린다고 쓴 돈이 얼마냐?

(아 옛날이어.)

나는 밥값, 커피값, 술값을 먼저 내야

직성이 풀리는,

손해 보는 타입이었다.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지만.


알고 보면 다 어려운 입장이 있었고

얘기해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흐르는 ‘기운’이 느껴지는 법이었다.

어제 본 사람을 오늘 또 보면서

축적되는 ‘이해’가 있었고

일을 할 때도 유연해질 수 있었다.

살 맛이 나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싸움이 났고

싸운 뒤에 나는 변화했다.

‘일은 지금 해도 되고 나중에 해도 되지.’라면서

(하기만 하면. )

많이 물러진 거였다.


정해진 것이 없으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쪽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굳이 싸우고 덤빌 사람이 없겠다 싶었다.


그.랬.는.데.도.


내가 그래저래 다 내려놓았다고 할 때마저도

결국 나의 호감은 저평가되었다.


모든 것은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고 있는

’를 위한 배려였고,

어려울 때 나를 지원해 달라는 차원의

밑밥이나 초석으로 쌓은 것도 아니었다.

‘그’를 편하게 생각했지만

결과는 내 마음과 달랐다, 전혀.


이게 그 ‘철학적으로 악명 높은 '타인의 마음의 문제'(“자기객관화 수업”, 모기룡, 187쪽)’이며,

내가 변경시킬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한 뒤에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었다.


결말은 이랬다.

인간적으로 교감하고 있었다고 생각한

‘그('그'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한 명이 아니었다.)들이

모두 ‘다수’의 품 안으로 돌아 들어가고 말았다.


그들은 그저 ‘타인’이었다.


쌓이지 않고 녹아버리는 

싸락눈 같은 사람들이었다.

쌓이지 않는 관계는 관계도 뭣도 아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 한 가지라도 있었으면



DX(디지털 전환)는 빠르다.

한국이 IT강국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주민센터에서 대학교 졸업증명서를,

인천공항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는다.

어느 나라 뒤지지 않는다.


그럼 뭐 하는가.


일은 사람이 하고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DX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지체와 공백이 명백한데!


필요한 것은

DX가 아니라

MX(사람의 전환)이었을지 모른다.

DX 위에  MX 있다.


나의 좌절과 패배를

재촉하고 불러들여서 구경한 ‘타인’들은

공통점이 있다.


일에 열정적으로 달려든 적이 없으면서

본인 삶에서도 역시 그랬다.

좋아서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결과는 참혹했다.


일에 군더더기만 많았고

새로운 게 없었다.

그날이 그날인 삶만을 잘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이 길다는 건 선물이 아니다.

우리는 그러려고 세상에 오지 않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깜깜한 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누군가 카페에 올려 준 정현종 시 “방문객” 일부다.


사람을 만나고 새로움으로 채워야 했다.

나는 혼자가 되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구경거리로 만들었지만

나는 그만큼이나 빠르게

그들에 대한 애정을 잃었다.


좋은 생각과 좋은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는 매일 간다.

내가 그들에게 받은 대접은 흉악했었다는 걸

매일처럼 확인하는 날들.

굶고 있었다 나는, 사랑을, 밥을.

사람은 사랑받고 사랑을 나누며 성장해야 한다.


“이렇게 나눠 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스승님을 만난 건 제게 영감을 줘요”

“여기 계신 분들을 만나서 삶을 바꿀 용기가 났어요”

“끝날 때까지 같이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실물로 볼 수 없었던

나의 주위에서 싹 다 사라졌던

‘빛’이 돌아오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기운’을 받아

내 삶이 반짝이는 것을 볼 날이 오고 있다.


아직 깜깜한 밤이긴 하다.

그들이 안기고 간 흉물스런 ‘기억’, 

당돌한 ’배반‘,

먹고 죽은 ’귀신‘ 같은 게 쉬이 잊힐쏘냐.


밤이 깊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듯

나의 희망, 사람에 대해 품은 ‘좋음’에 대한 기대

다시 상향하고 있다.


사람이 할퀸 상처에 지금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난 말할 것 같다.


혼자 계시지 말고요

다른 사람을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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