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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Mar 31. 2024

28. 떠날 사람은 떠나는 게 맞지

- 갈 곳이 없어서 머무는 사람은 곧 질리게 된다.

목련이 피어 있다.

해가 잘 들었는지 벌써

피었다 지는 꽃봉오리가 보인다.


사람이 저럴까

우리들 관계가 말이다.

꽃이 피고 지듯이

만남은 헤어짐을 동반하고 온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헤어질 수 있다.






상처가 얼마든지 그것도 내 것



상처가 얼마든, 사람은

만나는 동안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그리고 떠날 땐,

가져갈 땐 자기 것만 가져간다.


과장이 울었다.‘는 소문이 사내에 퍼졌다.

그것도 ’펑펑‘.

나는 ‘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직급으로 보나 연차로 보나 과장은 내 위였다.

업무적으로 갈등 관계가 있었지만

과장이 울기 전까진 상황은 되돌릴 만 했다.


과장이 한번 울었고

그 옆에 있었다는 그 또래 사원은

끼는데 안 끼는데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에 의해 소문이 퍼진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과장은 왜

당사자인 나와 담판을 짓고 풀어야 할 일을

입에 스피커 달린 노사원을 대동해

비상구 계단에서 꺼이꺼이 울었을까


책임자란 사람이

품위는 잊었을까.


놀라운 것은 그 뒤에 온 결과이다.





악인이 많이들 성공한다.



갑자기 과장은 ‘착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과장이 울었다는 것을 믿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는 감정이

기존의 감정들을 덮어버렸다. 담요처럼.


과장이 의도한 대로 따라 줄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갑자기 불어났다.


내가 도움을 주었던 ‘다수’가 나를 두고 가서

과장이 파는 ‘약’을 사서 먹었다.

살아온 대로 살아가려는 이들의 질긴 관성

과장이 틀어쥔 권한에 부합했다.


너만 없으면 우린 만족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과장의 어깨가 솟기 시작했다.

‘너만 없으면’의 ‘너’는 대략 나였다.


나는 어느새 과장이 엮는 대로 엮인 사람이 되었다.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일을 잡고 있었던 이유가

‘다수’를 위한 것이었다는 건 거짓말처럼 되어


나는 신망을 잃고

다수’의 선택이 과장을 향한 데 대한

실망으로 몸서리를 쳤다.


빌딩 사이로 보이는 하늘만 바랐던 날들. ‘하늘은 안다.’고  했던가.





떠날 때는 말 없이



‘시끄러운 퇴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틱톡에 퇴사 원인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제법 있다는 보도를 우연히 봤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2016582?sid=102


‘심리적 퇴사’자들도 많다고?

‘나도 거기 해당하나? ’ 자문해 본다.


일을 했던 사람이

심리적으로 머나먼 곳에서

남들이 해 놓은 대로 묵묵하다 보면

옛 생각이 많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떠날 사람은 떠나야 맞다.

그것이 조직의 깊은 근성이고

절이 싫으면 절대 중이 떠나는 것이지

절은 그대로 있으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경계하고

해묵은 정에 기우는 사람의 연민

오래 벼리고 기다려 온 칼날을 못 쓰게 한다.

그를 보내 버린 세상

더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아 온 대로 살아가고 생각한 대로 살며

속이는 대로 속아 주는 세상,

케케묵은 방법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울어서 ‘물타기’하려는 시도에

꿈벅 죽은 체 해 준 구성원들의

면면을 나는 잊지 않고 살아간다.


‘심리적 퇴사’를 거쳐

시끄럽든 조용하든 실제적 퇴사의 길을 가는

사람은 빈 손일 뿐일지라도,

머리엔 온갖 기억들

상처 뿐인 영광’으로 채워져 있다.


일을 사랑했고

그 가운데 만난 사람들의 장점만을 부각했던

그랬던 나의 패배는

살아가면서 이겨야 할 내 몫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제와 같은 날들만 주어진 삶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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