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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Apr 03. 2024

29. 매일매일이 새로워지는 순간은

- 사랑할 일을, 그리고 희망을 찾았을 때다.

아침이 왔다.


내겐 ‘내일아침이 오지 않길’ 바랐던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젯밤 나는

내일 할 일을 마음속으로 정리하면서 잠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동안 나에게는.





여기 살아남을 자들



“아침에 출근하면

자리에 앉는 둥 마는 둥 하고

커피 한잔 해야지 하면서 다시 일어나요“라고

그 분이 말했을 때

- 공무원이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였다.-

어떻게 알았지? ’하는 교향곡 놀람이 내 안에서 

울렸다.

그 분은 공무원을 만나는 일 처리를

많이 하는 관계로 생활한다.


그렇다. 맞다.

커피 마신다고 왁자지껄 한참을 보낸다.

들어오는 이 사람 저 사람더러 옷매무새 어떠니

간여하면서 왁자지껄 테이블을 점령한다.


이 와중에 나의 그 '도전자'는

냉장고로 가 냉동칸과 아랫쪽 냉장칸을

부술 듯이 찾은 끝에

자신의 '해피 밀'을 완성하고는

누구에게 먹어보라 할 사이가 없다는 듯이

먹어 치운다.

먹고 나서 말한다.

자신은 아침을 못 먹었다고.





굳이 방어 태세를 할 필요도 없는 공격



H는 이니셜을 매길 깜냥도 안되지만 매겨 둔다.

HG처럼 내가 웃는 걸 보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고

마음 먹은 대로 실행했다.

그가 내 업무파악 초기에 어떻게 생트집을 잡고

생떼를 부렸는지 생각하면

H의 나이는 허투루 먹은 것이었다.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다.


질문에는 핵심이 빠져 있었고

따지고 덤볐는데 명분이 없었다.

H그렇게 얕을 수 없을 정도의 

얍삽함으로 나의 자리를 채 갔다.

그런 그가 그예 못 버티고 자리를 달아난 것은

나로선 예견된 것이었다.


H는 자신이 할 줄 모르는 일을

어째도 종당에는 감당할 수 없을 걸

무서워하지 않았던 거다.

그에게 무서운 일은 조직의 공회전이 아닌,

내가 웃으면서 일하는 것, 그 자체였다.


사무실을 드나들면서 의례적으로 건네는

“굿모닝 ~, See you~." 인사를

나 빼고 모두에게 하던 H가 바뀐 건

내가 발병하고

과장에게 거들어서 자기만족을 추렸던 그들을 보며

증상이 재발했을 때부터다.


H가 나를 지나치지 않고

고개를 까닥이며 “안녕하세요”라고 계속 그런 거다.

H그땐 성이 차 있었던 것 같다.

내 상황이 그제야 흡족하던지

인사를 길게 빼며 “안녕하세요~~~”하는 그를

나는 “인간 실격”이라고 보았다.


이건 늘 내가 하는 말인데

내가 H의 가족이 아니라는 데 감사했다.

H의 가족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다행이다.





인간 실격(No longer Human)



게으른 사람들.

변명하는 사람들.

자신의 과오를 즉각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

남을 끌어내리는 일을 ‘정신 승리’라고

떠벌이는 사람들.

그리고 남의 도전을 나무라거나 가로막는 사람들.

그들로 꽉 찬 나의 ‘지금,여기’는

그 바람에 불구덩이 지옥이었다.


정체된 사회의 원인은 당연하게도

구성원들의 능력과 노력의 총합이 

매우 저열하다는 데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은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느냐로

정해진다는 말을 들었다.

아니 그렇담, 내 인생은 이게 뭐람.


당장 사람을 갈아 끼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답답할 때 책을 폈던 것 같다.


아 ! 멋진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습관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들.

얍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표가 큰 사람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다른사람 마음도 챙기는 사람들.

도전하고 좌절해도 포기 않은 분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둘러싼 조무래기들에게

빼앗긴 일감과 돌려차기당한 방해를

기억 너머로 제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만난

여러 ‘짱님’들은

아주 ‘공정하고 빈틈없는 증인’(‘나는 왜 이 사랑을 하는가’, 데이비드 리코, 59쪽)으로 와서

내 억울한 마음을 풀어주었다.


마음에 와 닿는 분들 책은

찾아서 다 읽으려고 했다.

마치 좋은 사람을 한번 더 만나려고 하듯이.


이로써 세상 정말 좋은 인연으로

언젠가 실제로도 맺어질 수 있는,

선진(先進,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서 쓴 말이다,

선지다.’라는 동사로도 만들어 썼다.

시대를 한발 앞서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며

실패를 숨기지 않는 처신을 뭉뚱그린다.

반대말은 ‘후(後)지다’랄까?),


정말이지 ‘선진’ 사람들이

국내외에 얼마나 많은지 알았다.


이제 앞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를 치어 받아놓고도 “내가 그런거 아닌데 !”라면서

‘안녕하세요~~’ 로 퉁 치고 지나간,

그런 더이상 인간도 아닌 자들과는 천양지차의

이 시대 최고의 멘토이자

인생 통역자들을 알게 되어서.



서로 달라도, 아니 달라서 더 잘 어울리는 봄꽃들.




새 책을 손에 쥘라 하면 가슴이 막 뛴다.


주위를 채운 사람들의 엇비슷한 행동양식이 질렸다.

하기야 비슷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게 되지 않았나.

‘문화’가 없는 조직 문화에서

나 혼자만이 가슴 뛰게 하는

비밀’의 연인을 가진 기분이다.


‘이거지. 산다는 건’.

‘이게 사는 거지’

사는 것 같이 살고 싶다.

열망한다.

내 삶에도 다양한 꽃이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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