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로 안 좋을 것 같은데?
처음엔 다들 그럴 것 같다.
다리라도 부러졌음 좋겠고
가다가 벼락 맞아 버려라 한다.
나도 뭐 별 수 없는 사람이니.
내가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는 데다가
내가 무력해진 상황을 두고
과장과 패거리인 전 동료들이
희희낙락하고 있을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곤 ..
그랬다.
그게 다 ‘과정’이었다.
누군가 자기들과 달리 열심히 하면
싫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던 반면,
뭐를 해도 그냥은 하지 않는 게 성격이었다.
지금도 나는 ‘부지불식간 열심‘일 것이다.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나는 일을 놓지 못했을 것이다.
아프고 아픈 일이었다.
‘고독은 아프다.’란 걸 알았다.
직장에서 매일 돌아가는
평범한 일과가
말도 못하게 버거웠다.
말을 나눌 이도
밥을 먹을 이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과정’이었다.
”아침에는 네발, 점심에는 두발, 저녁에는 세발이다.“
하루를 일생이라고 가정한
스핑크스의 문제가 떠올려진다.
네발에서 두발을 거쳐 세발로 가는 인생 여정은
길 뿐 아니라 누구나에게 동일하다.
선택과 판단이 다를 뿐이다.
지금은 그때와는 ‘달라진 나’다.
숫적 참패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들만 바꾸지 않았지,
내 모든 자세와 생각을 바꾸었다.
친절하며 웃음기를 잃지 않은 채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러나 그들 머리 뒤로 같이 떠오르는 면면들.
두 개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내 눈엔.
생각해 보면 G들도 처음엔 잠깐씩
친절하고 노말(normal)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은 후
자동으로 니는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도 자기 이익이 채워지지 않으면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겠지?’ 라고.
아주 반사적으로.
믿지 않더라도
믿고 가야 하는 일은 생기게 마련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데 감정은 우선 드러내지 않는다.
그 다음 문제가 되는 것은 ‘나’다.
내가 정확하게 다시 포지셔닝한 곳은
과장이나 다른 누가 들어올 수 없는
진정한 나, 본질인 것으로서의 ‘나’다.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면
남의 도움이 필요했고
나는 직장생활에서
‘너 좋자고?’, ‘네가 그랗게 대단해?’,
‘우리가 이러면 네가 어쩔 건데?’에
보란 듯이 걸려들었다.
패배는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내적 결정에 기반해 살고 있다.
1. 절대 일을 갖지 않는다.
.왜? 안 되니까.
안 돌아가는데 나만 방향제시하고
다 힘을 쏟아버리면
다음 스텝이 꼬여버린다.
건강을 잃게 될 것이다.
2. 변하지 않을 ‘근육’을 만든다.
과장이 자기 지위에 자아도취되어 버리자
다들 부동의 자세로 그에게 승인 버튼을 눌렀디.
갑자기 과장은 팔로워가 늘어난 것이었다.
옳고 그름이란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나를 버티게 해 줄,
나를 마지막까지 포기 않게 할
근육은 내 에너지이고
에너지는 꺼지지 않아야 한다는
단 하나의 사실이
그 일을 다 겪고 내가 깨달은 전부였다.
그 때 그랬듯이
만약 세상이 두 쪽이 나더라도 말이다.
안녕하세요 하는 뉴페이스들 뒤로 따라나오는
과장이나 G들, H들 조무래기의 흔적도
어느 날인가는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환영이 되고
나의 마음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 같아도
영영은 못 된다.
처음 연애를 하고 모솔을 탈출하려는
젊은 친구가 있다.
걱정거리가 참 많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첫 연애가 담고 있는
진지함은 얼마든지 의미 부여가 많고
처음이라서 모든 게 부끄러움은 ‘내 몫’이니까
부담감이 ‘좋음‘과 비슷하게 높을 것 같다.
많은 고초를 겪고 배신을 눈앞에서 당한 경우로서
첫 연애의 시작점에 선 그에게
내가 말할 것은 뭐가 있을까.
“기대하지 말라.”고다.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고
무슨 생각인지 절대 추측하지 말라.
매사 기대는 금물이다.
연애라는 ’탑‘에 공들이자면
상대방이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상처받을 수가 충분히 있다.
‘이러이러’ 해 줄 거라 기대한 탓이다.
‘기대’는
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보채게 만들 것이다.
기대하고 있었던 자신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상처 없는 영광은 없다고 했다.
일을 사랑했고 사람을 좋아한 나,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기대’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세상의 구김이 조금씩 펴질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처리하고 있다. 남은 잔재들을. 내적 감정을.
가벼워지는 중이다. 좋은 생각을 하면서.
‘좋은 생각만’ 해도 할 일이 정말 많다.
‘벼락이라도 맞지 않나?’와 같은 생각엔
그래서 비중조차 없다.
괜히 빌어서
돈 벼락이라도 맞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