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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Jul 28. 2024

62. 도깨비가 찾아 준 가방

-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운이 온다.



“도깨비가 찾아 줬어요!”


아니, 가방이 없다! 나는 믿기지 않는다.

아니, 왜 없지?

안 그래도 나는 내가 없어진 것을 찾는 데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뭔가 중요한 것이 들어 있는

가방이 안 보였다.

깜쪽같이 없어졌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나는 가방 때문인지, 그 안에 든 중요한 그것 때문인지 열심히 찾고 또 찾았다.


어떨 땐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가방을 찾았고

어느 날은 가방을 찾기 위해 시작하다 보나까 결국엔

수납장이란 수납장은 몽땅 다 정리했지만,

정작 찾는 가방은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엔 ‘패닉’이, 나중엔 ‘불안과 의심’이 왔다.

그리고 오래 걸려서 전열을 가다듬자 간신히

‘어딘가에서 나올 거야.‘라는 믿음’이 소생했다.

 ‘어딘가’가 정말 어딘지 몰랐고

언제 나올지도 몰라 그저 답답했다.





믿음이 부족하면 뭘 못 해요



누구나 한 번씩은 오랜 동안 자기 머릿속을 헤집어

그 때 내가 갔던 동선을 되밟아 가 보았을 것이다.

없어졌다! 하는 순간

‘자기 혐오’에도 풍덩 빠져들게 된다.

‘왜 없지?’ 당황하곤

‘이것을 못 찾으면 내가 잠을 못 잔다.’ 각오로

뒤집어 버리다시피 ‘정리 지옥’에 들어간다.

그 바람에 오래 묵힌 짐 정리가 그 막을 내리지만서두

‘너(가방)만 없다.’는 비애감이 묵직하게 든다.


그 때 이야기를 들은 옆지기가 말했다.

“나올 거야.”

그 말을 들으니까 눈물 쏙 빠지려고 했던

우울한 마음이 한풀 붙들어매진다.

그래도 허전하긴 매 한 가지.

                그런데 며칠 전 아침! 두둥!!!

다른 날과 마찬가지의 루틴을 따라 가고 있을 때,

무언가 다른 공기가 감돈다고 느껴지면서

오늘은 ‘가방’을 꼭 찾았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내 눈에

회색인 바로 그 가방이 돌아왔다.


그냥 ‘나 여기 있었는데’라는 의연한 얼굴로

가만히 얼굴을 내미는데

무려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아침저녁으로

눈만 뜨면 ‘가방’을 생각하고

정든 ‘속엣것’을 그린 내가 생각나서, 떠올라서

가방과 같이 내 맘도 끌어안았다.


내 곁에 떠나지 않고 남아 주리라는

믿음’이 약해지기 전에 간신히 가방을 찾게 되었고

내 생활은 두 달 여 만에 비로소 정상화되었다.





소식을 들은 옆지기가 바로 말했다.

“그건 도깨비가 찾아 주는 거래.”

나는 드라마 ‘도깨비(2016년)’도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졌고

진짜 ‘도깨비’에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 장구한 ‘가방 찾기’ 썰을 풀어 낸 까닭은

‘가방’을 ‘꿈’으로

돌려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자꾸 찾다 보니 가방이 꿈이 되었다. 치환됐다.


생각하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꿈’을 꾸는 시간만이 견딜 수 있는 시갼이었다.

거기 나이의 대소, 경제적 곤란도, 현실적 난관

차이를 만들 뿐, 절대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

꿈을 갖는 것은 현실을 타개하는 원동력이고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할지언정 한 발 한 발.  조금씩 ‘밀어낼’ 수 있게 해 주는 ’근거’였다.

매 어려운 순간을, ‘이게 내가 우울증인가?’ 하는 정신적 혼란도 그렇게 통과했다.

그 때의 ‘꿈’이 아직 이루어지진 않고

지금껏 ‘꿈’ 자체로만 정교해졌을지라도

꿈을 갖지 않고 산다는 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왕따’되었을 때가 내 일생 정말 ‘아니었던’ 이유는

ㅡ 그 어떤 ‘꿈’을 꿀 수가 없을 만큼 내 사방이 막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High high hopes!

(높고 높은 목표를 가져)


https://www.youtube.com/watch?v=fH_OnJk6QqU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싱글, 히트작(2018년), ‘High Hopes’.





그렇게 헐값은 아닙니다만



꿈을 꾸지 않는다면


외로운 사람은 짝을 만난다는 꿈을

건강하지 않다면 건강을 찾는다는 꿈을

불행한 과거를 겪고선 한번쯤은 행복하게 산다는 꿈을


내려놓아 버린다면

삶은 견디지 못하게 평범해지고 만다.


외롭게만

아프게만

슬프게만

살아야 한다.


그러나 꿈을 꾼다는 일이, ‘꿈’을 잃지 않고 살면

내가 ‘가방’을 찾았듯이

(혹은 ‘가방’이 나를 찾아왔듯이)

도깨비 방망이를 맞는 날, 그 어느 날엔가는

겉잡을 수 없이 좋은 날이 된다.


꿈이 이루어지고

즉, 오래 꾸었던 꿈을 이루고

오래 잃어버렸던 ‘가방’을 찾게 된다.

그러니 누군가가, 무슨 일로 자신을 주눅들게 하거나 때려눕히려고 다가오면, 그 때 생각하자.


‘제가 그렇게 헐값은 아닙니다만

어떻게? 값을 좀더 키울깝쇼?‘



꿈이 이루어지듯 기다리던 가방도, 기다리던 사람도 만나다!
잘 먹고 잘 살자! 고 힘을 내는 순간!
음식은 꿈처럼 포근하게 나를 감싸고 볼 때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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