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만 하면 공격의 대상이 되는 데 취약해진다.
새해가 된다고 그리도 분주하고 설레었는데
어느덧 달력 넘어가는 게 무섭게 빠르다.
해 넘어가면 나이 걱정씩 한 마디들을 한다.
하지만
매년 한 살씩 더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매년 한 살씩 어린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사실,
- 물론 저출산 사회지만-
그게 핵심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공무원이 할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부작위’가 된다.
견해차는 부작위라는 것의 범위에 관해 있을 수 있다.
1)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는가,
2)과로할 만큼 강도 높게 일해야 하는가,
3)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가,
4)동료와 위 아래가 모여서 티에프를 만들고
중기간 내외로 협업을 해야 하는가
1)과 3)이라면 마음 먹으면 처리할 수 있겠는데
2)나 4)가 되면
당장 안 해도 되는 일을,
기존에 안 하던 일을
필요성 주장하고 조금 해 보자고 하면
면전에서는 마스크 관리를 일껏 한 후에
뒤돌아서 욕한다
쟤는 왜 저래?
승진하려고 한대?
누구 빽 믿고 까부는 건데?
잘 보이려고 하는 건 알겠지만 작작 하라 그래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다.
무리가 형성되고 결속을 한다.
이해관계와 연결될 때
나는 그것을 패거리라 부른다.
퇴근을 늦추고 있는 나를 뒤로 하고
핸드백을 만지작거리다가
땡 하면 바로 앞에 서 있다 나간다.
차 시동을 건다, 보란 듯이.
딱 그런 게 감이 온다.
그러던 중에
내 말이 사실은 다 맞는 말 아니냐고 하면서
정 대리가
회의 도중 또박또박
지원 사격을 했다.
고립무원에 있던 나는
씁쓸해진다.
그는 어떻게 해서 나를 도울 수 있었지만
정 대리에게 어떤 위험한 일이 생겨도
내가 그를 도울 수가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훗날 그 예감이 똑 맞아떨어지는 일이 생겼고
예감한 대로 난 정 대리 근처도 가지 못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딱 이랬다.
‘너도 쟤랑 같다구?’
이쯤 되면 내가 속했던 조직에는
깨인 사람이 없다는 거다.
익숙하고 편한 환경에
변화를 가져 와야 하는 바람을
일으킬 거냐 하는 문제에선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그 변화란,
국적을 바꾸거나
새로운 언어를 공용어로 하거나
자격증을 신규 취득하는 것까지도
그런 수준의 난도를 포함하지 않았다.
그저 안 신어 본 신발을
그러나 절대 자기 정 사이즈인 신발을
한번 신고 걸어보는
적응의 문제였는데도
하루하루 사람들이 문을 열고 나가는 걸
나는 바라보아야 했다
그들의 강고한 거부가 그렇게 느껴졌다
조금씩 바뀌어야 할 거란
말만 했는데도.
정대리가 화난다고 왔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열받아 하면서 문득
가스라이팅이란 표현을 썼다.
조용할 때 혼자 검색했다.
그 말과 그 뜻을 찾아보고 나서
과장이 한 번의 반격을 자기 일생의 위기로 읽고
본인이 책임자란 생각을 망각한 채
어떻게 사람들을 자신에게로 돌려세웠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 몸의 여러 이상을 느꼈다.
아침에 웃으면서 한시간 일찍 출근했던 나였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나오기가 지옥 같아 힘들었다.
아마 그때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건강 해치면서,
대접도 못 받으면서
뭐하려고 그러냐?“고
(내 말이다)
그리고는 몸의
있는 기운, 없는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난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 꽈(과)다.
최선을 다해야만 의미있는 거라고.
그렇게 앓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의미 찾고 난리다.
가스라이팅 세력들이 알면
너 이리 좀 다시 와 봐라
할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