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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도영 Mar 28. 2023

죽음의 문턱을 넘고...

'창조적 파괴' 도전기 - 0. 부활의 시작


#나의기록 #에세이 #벌써8년전


                            - 2015년 5월 말 어느 날

사고 당시 차량의 모습

 저는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지난 1월에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상대방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여 3일 동안 의식이 없었습니다.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MRI 판독 결과 죽거나 식물인간이 될 확률(대략 90%)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여 온 가족이 낙심하던 중, 구사일생의 기적으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사고 후 중환자 상태

 이제야 무의식에서 인지기능이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4개월이 지난 5월이군요. 과거와 현실의 기억이 마구 뒤섞여 버려 머릿속이 완전히 깨져버림을 경험하고 나서 지금은 천천히 회복 중이나 아직까지 단기 기억상실증 증상이 있습니다.


양쪽 쇄골 분쇄 골절 수술 후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 어제저녁에 무얼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서로 위치가 뒤바뀌어 버리고... 지금보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좋아지겠죠.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저는 화장실을 가려고 몸을 움직으나 슬프게도 몸의 절반을 움직일 수 없는 반신불수의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양쪽 쇄골은 부서져  분쇄골절이 되어있었고 옆구리에는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찔러 피 빼는 호수가 꽂혀있었고 꼴이 말이 아니었죠.


인지 기능이 없고 걷지 못하던 시절

 너무 암담하여 이건 꿈이라 생각하며 현실 부정을 계속했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며 이게 부정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무서웠고 슬펐지만 잠자는 시간이 그나마 가장 행복하더군요. 꿈속에서는 그래도 내 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요.


사고 당시 진단서

 사고 후 4개월이 지나면서 꿈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왼손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여졌던 거죠. 너무 기뻐서 밤이 새도록 왼쪽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던 것 같네요.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호전되어 어느 정도 걷고 있으며 내년까지 열심히 재활한다면 경우에 따라 사회로 복귀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재활 중 침대에 누워서

 병원에 누워있는 시간이 너무 무료하고 따분하여 이 기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휴대폰을 복구해서 더듬어 살펴보니 제가 예전에 재즈와 보사노바를 엄청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 거죠. 음악을 들으면 과거의 기억이 하나씩 되살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제게 참 많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걸음마를 시작하게 되고 나서

 아직까지 고난이 가득한 슬픈 세상이지만, 이제부터 고난을 극복하는 기분 좋은 세상도 있지 않을까요? 인생에는 내리막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르막 길도 있는 법이니까요. 삶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언젠가는 기쁨을 누릴 날도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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