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간병, 그 두렵고도 낯선 이름.
아빠에 관한 모든 일은 최대한 다 해보려고 했고, 시도를 했었다. 그 와중에 오랜 시간 동안 선뜻 결정하지 못한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간병"
결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간병을 해본 적이 없었고, 아빠를 케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병을 해보자' 라는 결심이 섰던 제일 큰 이유는 주말 동안만이라도 아빠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내고 싶었던 마음이 걱정을 이겨버렸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나는 나와의 약속을 했던 게 있었다. 그 약속은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볼 수 있을 만큼 다 해보자는 것."
내가 아빠를 위해 최선을 다해볼 수 있는 만큼 다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지금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결심의 부가적인 이유에는 아무래도 돈이 제일 컸다. 무엇보다 아빠는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간병비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었다.
평일까지 간병을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매주 주말만 해보기로 결정했다. 간병해야 할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빠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설렘과 함께 살짝의 부담이 들었다.
그리고 간병하기로 날이 되었고, 여사님께 인계를 받아 드디어 시작된 나의 간병생활!
여사님께서 설명해 주셨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다가 아빠 약을 챙겨드리고 나니 금세 취침시간이 되었다. 간이침대에 누워 자려는데, 잠자리가 바뀌어 잠이 도통 오질 않았다. 아빠도 아시는 건지 잠을 못 주무시는 듯했다. 그렇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간호사선생님의 목소리에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반이었다. 6시 반부터 병실에서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일어나자마자 아빠의 양치와 세수를 해드리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후 아빠는 뱃줄로 식사를 드셨기 때문에 하모닐란을 챙겨드렸다. 뱃줄이 역류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
여사님께서 알려 주실 때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직접 해보니 어려웠다. 역시 실전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처음이라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는 법이라 생각했다.
아빠를 챙겨드린 후에야 겨우 씻고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아빠의 광대와 입을 마사지해 드리고, 같이 음악도 들으며, 뉴스도 챙겨 봤다. 좀 쉬다가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이 되었다.
병원에서 있는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가는 기분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 문득 아빠와 산책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선 아직 아빠를 휠체어에 태우는 게 무서워서 간호사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빠를 태우고 나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아빠가 우셨다. 진정이 되신 것 같아 밖으로 나갔는데 더 서럽게 우시는 거였다.
아빠는 진정이 쉽게 되지 않았고, 나는 서둘러 아빠를 병실로 모시고 들어왔다. '아빠가 자신의 상태를 알아버리신 걸까..?' 산책으로 힐링하고자 했던 나의 마음이 어느새 시큰둥해져 버렸다.
시간이 흘러 저녁을 챙겨드리는 와중에 결국 옷에 하모닐란이 흘러버려서 옷을 갈아입혀 드렸다. 내일은 더 잘해봐야지.
약을 챙겨드리고, 아빠와 낱말카드놀이도 하다 보니 벌써 취침 시간이 되었다. 간병한 지 벌써 이튿날이 지나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빠를 간병하고 나서부터 느낀 건데, 아빠는 허공을 자주 보셨다. 눈을 마주칠 때면 눈이 슬퍼 보이셨다. 괜스레 그 눈빛에 내 마음도 울적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흔들리면 안 되는 걸 알기에, 맘을 다시 다 잡았다.
저녁 챙겨 드릴 시간이 되었고, 생각보다 여사님께서 일찍 오셨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이렇게 일찍 와서 도와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도 이런 상황 겪어봐서 다 알아요. 따님분 너무 고생 많으신 거요. 어서 조심히 가요."
여사님께서 포옹을 해주시며 얘기해 주시는데, 눈물이 핑 돌만큼 너무 감사했다.
감사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었다. 피곤함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나는 생각보다 잘 해내었다고, 아빠와 함께한 이틀의 시간 속에서 앞으로도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