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간병의 시작으로 만들어진 아빠와 나의 소중한 시간들
정신없었던 간병 시작의 첫 주가 지나가고, 2주 차가 되었다.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조금만 더 잘해보자'라는 결심과 함께 부담감을 살짝 안은 채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병원에 여유 있게 도착해 간병 여사님께 인계를 받고, 짐을 정리하였다. 이제 2주 차가 되었다고 조금 여유도 생기고, 촉박하지 않게 할 일들을 정리하고 마무리했다.
근데 문제는 잠이었다. 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나는 결국 4시간 정도를 잔 채 다음날을 맞이했다.
6시 반에 기상하여 아빠를 씻겨드리고, 밥을 챙겨드렸다. 멍하니 앉아있다가 잠을 못 자니 오히려 배가 더 고프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챙겨 온 먹거리들을 먹었다. 병원에선 더 잘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계란과 바나나, 귤 등을 챙겨 왔는데, 먹다 보니 잘 챙겨 왔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곧이어 아빠의 재활스케줄 시간이 다가왔다. 아빠를 휠체어에 태우는 일을 간호사분께 도움을 요청했었던 지난 주와는 달리 오늘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안 받고 혼자서 해냈다. 혼자서 해냈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아빠께서 재활을 받으시고, 몸에 힘이 생긴 덕분에 수월해진 영향이 컸다.
아빠를 휠체어에 태우고, 재활치료실로 가보니 아침부터 재활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았다. 새삼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니..'라는 생각에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저녁에는 같은 병실에 계신 보호자분께서 직접 쪄오신 밤과 고구마들을 나누어주셨다. 따끈따끈한 밤과 고구마는 지금껏 먹어본 어느 밤과 고구마보다 더 맛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아마도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어서 더 그런 거겠지?
이후, 취침시간이 되어 잠이 들었지만 나는 3시간마다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일어나 아빠를 케어했다. 아빠의 소변량 체크와 함께 땀을 많이 흘리시기에 중간중간 확인해야 맘이 편했기 때문이다.
간병 둘째 주의 마지막 날, 여느 때처럼 나는 아빠의 얼굴마사지를 해드렸다.
내가 얼굴마사지를 계속하게 된 이유는 사실 다른 환자들과 비교를 하면 안 되는데, 자꾸 비교가 되었다. 아빠의 회복속도가 다른 환자들보다 더딘 것 같아 속상한 맘이 들어서 더 마사지를 해드리게 되고, 운동을 시켜드려야겠다는 맘이 컸다.
아빠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게 참 힘든 일이었나 보다.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내가 내린 최종 결론은 다른 환자들과 비교하지 말고, 아빠가 점점 나아지실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임하자였다.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가 욕심을 부렸던 게 아닐까?'라는 마음에 아빠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간병한 지 3주 차가 되었다.
금요일 저녁은 일상의 패턴이 바뀌어서 인지 너무 잠이 안 왔다. 채 4시간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아침을 맞이하였다. 토요일 아침은 재활받으러 가야 하는 날이라 조금 분주하였다.
재활을 받고 병실로 돌아와 그러고 나서 아빠에게 밴드 운동을 해드리다가 창문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너무 좋았다. 여행욕구가 들게 하는 날씨랄까? 화창한 날씨를 보니 나중에 아빠가 일상생활을 하실 정도로 나아지셔서 함께 여행을 가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녁에는 주무시는 아빠를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몸은 엄청 피곤해서 금방이라도 잠이 올 것 같았는데 잠이 역시나 금방 안 들었다. 멀뚱멀뚱 천장만 보다가 집에서 챙겨 온 안대가 생각나서 바로 장착했다.
그래도 쉽사리 잠이 안 드는 것 같았으나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었다.
아침은 원래 잘 안 먹는 터라 계란과 바나나를 커피와 함께 간단히 먹고 있었다.
헌데, 맞은편 침상에 계신 어머님께서 "따님, 왜 이렇게 부실하게 먹으셔~ 보호자가 든든히 잘 먹어야 아빠를 잘 보살피지!"라며 감들을 챙겨주셨다. 따뜻한 마음에 괜스레 울컥하며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일요일은 재활도 가지 않을뿐더러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
피곤하고 힘들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병원에서 처음 겪어보는 이런저런 일들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재밌다고 표현한 게 이치에 안 맞을 수는 있으나 간병을 시작하게 되면서 '무엇을 하든, 매 순간 즐겁게!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었다.
물론, 아빠와 함께라서 어렵고 힘든 것도 더 해보려고 하고, 즐기려고 하는 거겠지?
아빠 딸은 이렇게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