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나의 영원한 소나무, 안녕

01. 역시 네가 잘 해낼 줄 알았어.

by HAM

나는 주말과 평일의 수면 패턴이 달라지면서 수면 패턴이 깨졌는지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 간병하려던 계획을 한 주 미루고 쉬기로 했다.



간병 4주 차의 날짜가 돌아와 병실에 도착했다. 아빠께서는 갑작스럽게 신장에 결석이 생기는 바람에 소변줄을 하고 계셨다. 소변줄을 하고 계시는 지라 내가 케어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익숙해지니 할 만했다.


평온하게 흘러가는 줄 알았으나 대학병원에서 받아온 결석 관련 약을 챙겨 와서 드리려고 하는데 알약이 녹지 않았다. 주말이라 연락이 안 되는지라 평일이 돌아오면 전화를 해봐야지 싶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소변량을 확인하려는데 침대 시트가 젖어있었다. 소변줄이 샌 듯했다. 캄캄한 병실에서 보조등을 켜놓고 혼자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아빠를 케어하면서 문득 '엄마는 어렸을 적 나와 동생을 어떻게 혼자 케어하셨을까?'라는 생각에 엄마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하는 간병이라 그런지 벅찬 느낌이 들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빨리 정리하고 싶은데 맘처럼 쉽지 않았다.


아빠는 결석 때문인지 미열이 계속 있으셨다. 아이스팩을 수시로 챙겨드리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있었다.



다음 날, 아침을 챙겨드리고, 오전부터 운동을 해드렸다. 지금 제일 필요한 건 몸의 코어를 키우는 일이라 생각되어 여러 가지 운동들을 해드렸다. 운동을 조금 하시니 얼굴도 한결 나아지신 모습이었다.


운동 후, 아빠의 소변 주머니를 살펴보니 거의 차 있지 않아서 '뭐지?' 했는데 또 소변이 새버렸다. 이번 주는 뭔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병원에 있었던 지도 벌써 한 달 반이 넘어가면서 전원의 시기가 다가왔다. 소견서와 균검사지를 전원 할 병원에 보내고 입원 날짜를 받았다.


당일에 입원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유선으로 알려 주기 때문에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왠지 이번주가 마지막 간병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간병하는 마지막 주말이 돌아왔다.

아빠께서 전기 치료를 받고 계시는 걸 보고 있었는데, 아빠의 옆옆 베드에 계셨던 환자분께서 나를 부르셨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매주 올 때마다 조용히 아빠를 잘 보살펴주고 가는 모습이 참 예뻐서요."


"감사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인데요."


"잠깐 시간 괜찮아요?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그 뒤로 말씀을 이어나가시면서 그동안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지금은 혼자 몸을 못 움직이는 상태예요. 의사 선생님이 호전 없이 평생 이렇게 지내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근데 계속 우울해하면서 지낼 수만은 없겠더라구요. 나를 살뜰히 보살펴주는 우리 가족들도 있구요.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고 있어요. 나를 통해서 다른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 싶어요. 그러니 따님도 지치겠지만, 힘내야 해요. 알겠죠?"



힘든 상황에서도 강인한 마인드를 놓지 않으시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용기 내셔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신 것 자체가 힘이 나고 감사했다.



재활이 끝나고 점심을 챙겨드리고, 나도 간단하게 밥을 먹고, 아빠에게 식후 운동을 시켜드렸다.


운동을 하시는 동안에 아빠 배에 힘이 들어가는지 확인하면서 계속 운동을 시켜드렸다. 침대를 조금 올려드리고 난간을 잡고 앉아보라고 말씀드렸는데 쉽게 앉으시는 것이었다.


나의 노력을 알아주시는 것만 같은 생각에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싹 잊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요란하고 정신없었던 나의 첫 생애 간병이 끝이 났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발걸음에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병실 보호자 분들과도 이제 막 정이 들려고 하던 찰나였는데, 전원을 가게 되어서 아쉽기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주였지만, 돌이켜보면 '해볼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낸 순간들이 담겨있었던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 아빠와 많은 나날들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운 것도 많았고, 추억도 많았던 그 순간순간들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오롯이 묵묵하게 견뎌온 나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역시 네가 잘 해낼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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