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간절히, 간절하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바로 담당 과장님을 뵈러 갔다.
아빠의 상태는 생각보다 많이 심각했다. 왼쪽 신장에 있던 결석이 떨어져 나와 요관을 막고 있었고, 그로 인해 소변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몸 전체가 부어있는 상태였다. 신장에 관을 뚫어 물을 빼는 시술을 급하게 진행해야 하지만, 주말이라 비뇨기과 담당 선생님이 안 계셔서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연락해 두었으니 바로 가보라고 하셨다.
나는 급하게 퇴원 처리를 하고, 서류를 챙겨 들고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후, 일단 아빠의 들쭉날쭉한 혈압을 안정시키고 나서 시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소생실에서 긴급처치를 받으시고는 중증 응급 환자 구역으로 이동했다.
아빠의 옆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혈압을 지켜보고 있는데 혈압이 요동을 치듯 180까지 올라갔다. 불안한 마음에 간호사실을 쳐다봤는데 아무도 안 계셨다.
옆 구역에 계신 간호사선생님께 모두 어디 가셨는지 여쭤보니,
"다른 구역에 심정지 환자가 생겨서 모두 그쪽으로 가셨어요. 조금만 대기해 주세요."
라는 말만 넌지시 해주셨다.
'우리 아빠도 안정된 상황은 아닌데..' 라는 불안함에 내 마음은 계속 초조해 왔지만, 그래도 응급상황은 어쩔 수 없는 걸 알기에 다른 간호사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나의 기다림은 계속 되었다.
이후, 간호사선생님께서 오셔서 아빠 상태를 확인해 주셨다.
"지금 약물이 들어가고 있어서 혈압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니 조금만 지켜보시게요."
아빠 상태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아빠 옆에 다른 환자분이 들어오셨다. 50대~60대 정도의 여자분이셨는데 아빠와 같이 뇌경색을 앓고 계셨고, 더불어 귀가 안 들리시는 상태셨다. 얼마나 답답하실까..
이윽고 옆 환자 분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셨는지 기도삽관을 진행하는 걸 목격하게 되었다. 환자분 곁에는 따님처럼 보이는 분이 계셨는데 그 상황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내 마음까지 안 좋아졌다.
시간이 흘러 비뇨의학과 담당 교수님이 오셨다. 아빠는 알아들으시는 상태셨기 때문에 아빠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현재의 상태와 향후 치료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따님분 맞으시죠?
지금 아버님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요.
지금 왼쪽에 결석이 떨어져 나온 상태예요. 그리고 오른쪽 신장에 결석이 하나 더 있어요. 이 결석이 염증석인데 오른쪽 신장에 구멍을 내서 관을 넣어 물을 빼는 게 시급해요. 시술 스케줄을 최대한 빨리 잡고, 이후에 응급중환자실로 이동하여 하루, 이틀정도 상태를 살펴보시게요. 이틀 정도까지가 고비인 걸로 예상이 되는데, 이틀까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예정입니다."
요목조목 잘 설명해 주신 교수님 덕분에 나는 불안한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아빠가 한시라도 빨리 시술을 받으시고, 덜 아프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주말이라 시술 처방이 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었다.
오후 4시 30분쯤, 아빠는 혈관조영술실로 들어가 시술을 받으셨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바빴던 나는 편의점에 잠시 들러 두유와 삼각김밥을 산 후, 대기실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약 1시간 뒤쯤, 아빠는 시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오셨고, 응급중환자실로 이동하여 아빠에게 필요한 짐들을 정리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 지라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고 아빠의 손을 잡았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차가웠던 아빠의 체온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더불어 그날따라 유달리 슬퍼 보였던 아빠의 얼굴도 함께 떠오른다.
나는 '아빠가 많이 아프신건가?' 라는 걱정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었다. 그 사이에 잠이 깜빡 들어버렸는데, 문득 핸드폰을 보니 수많은 부재중전화가 와있었다. 바로 병원에서 온 연락들이었다.
아빠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서 승압제를 최대로 쓰고 있는 상태인데, 혈압이 40-50 정도밖에 잡히지 않아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이었다.
어서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휴대폰 배터리도 5%밖에 남지 않았기에 더 조급한 마음만 들었다. 내 마음과는 다르게 오늘따라 버스가 더 느리게만 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깜깜한 어둠을 뚫고 병원으로 향하는 고요한 버스 안에서 나는 '아빠의 혈압이 안정되게, 그리고 아빠가 괜찮아지게 해 주세요' 라고 주문처럼 계속 혼잣말을 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빠가 계신 중환자실로 급하게 달려갔다.
아빠, 이대로는 안 돼요.
간절히, 간절하게 제가 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