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나의 영원한 소나무, 안녕

04. 나의 소나무가 사라졌다.

by HAM


나는 황급하게 달려간 중환자실 앞 대기실에서 시간이 멈춘 듯이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의 시각은 이미 밤 10시 30분을 넘기고 있었고, 그날 밤의 분위기와 특유의 차가웠던 중환자실 앞 대기실의 온도는 아직도 내 피부의 감각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어두운 표정의 얼굴로 나오셨다. 아빠가 상태가 더 안 좋아졌기에 서둘러 내과계 중환자실로 이동해야 한다며 말을 하심과 동시에 나는 아빠를 볼 수 있었다.


아빠는 자가호흡이 되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하고 계셨으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계셨다.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모르게 울컥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며, 내과계 중환자실 앞 대기실에 앉아 아빠가 괜찮아지시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이번 고비도 수많은 고비들을 잘 넘겨오신 것처럼
잘 넘기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텅 빈 대기실에는 숨 죽인 듯한 적막만 감돌았다. 오로지 나의 가슴이 계속 두근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내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고생을 해도 좋으니 아직은 아빠가 가실 때가 아니라고 계속 빌었다.


아픈 동생을 케어하느라 병원에 함께 오지 못하신 엄마에게 수시로 연락을 하며 엄마를 안심시켜 드렸다. 엄마도 이제는 아빠가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알아차리신 듯했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감히 헤아리지 못하는 마음이겠지.



잠시 후 주치의선생님이 나오셔서 조금 전에 심정지가 왔고, 심폐소생술을 할 건지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나는 이전부터 수도 없는 상상을 해왔었다. 정말 만약에라도 아빠 상태가 안 좋아져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아빠가 더 이상 고생하지 않게 심폐소생술을 절대 하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아빠를 간절히 붙잡고 싶었던 생각밖에 나는 주치의선생님께 일단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잠시 후, 큰 할아버지와 삼촌께서 오셨다. 사실 이런 상황을 혼자 지켜봐야 하는 게 처음인지라 많이 무서웠는데 두 분 덕분에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큰 할아버지와 삼촌과 함께 아빠를 보러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이제 아빠 심장은 오로지 기계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고, 여기서 심폐소생술을 계속할 건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삼촌은 가장 먼저 나의 의견을 물어보셨다. 장장 1시간 여 정도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엄마와 나는 아빠가 고생을 너무 많이 했으니 이제는 편하게 보내주자 라는 의견으로 모여져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



아빠의 배는 출혈 때문인지 굉장히 많이 부풀어 있었다.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빠의 마지막 얼굴조차 보기가 나는 너무 두려웠기에.


그렇게 11월 17일 새벽 1시 20분, 아빠의 사망선고가 이어졌다.


내 두 눈으로 아빠의 사망 선고를 직접 목격했는데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마지막으로 봤던 아빠의 모습은 나에게 늘 아픈 잔상으로 남아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으신 채 기계에만 의존하고 있던 아빠 모습이,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했던 뱃줄의 흔적을 한 아빠의 모습이.



아빠가 하고 있던 그 뱃줄이 왜 그렇게 눈에 밟히고, 마음이 더 아파왔는지..



동시에 '내가 하루만 더 병원에 일찍 갔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죄책감도 밀려왔다. 물론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나도 모르게 나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삼촌과 큰할아버지께서는 가족들이 계속 고생만 할 바에는 차라리 서로를 위해 잘된 일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물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말해주신 것이겠지만, 사실 나는 아빠가 우리 가족 곁에 있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평생 아빠가 병상에 계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도 이렇게 내 곁에 계셔주시기만을 바랬던 나의 욕심을 아빠는 모른 척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아니면 고생하는 큰 딸을 위해 본인이 먼저 떠나버리고 싶으셨던 걸까.



평생 강할 것만 같았던, 나의 소중했던 한 그루의 소나무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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