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나의 든든한 소나무, 안녕
그렇게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중환자실에서 터덜터덜 나왔다.
알 수 없는 여러 감정들과 함께 현실감각이 무뎌지면서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 사이 삼촌께서는 친분이 있는 지인이 근무하고 계신 장례식장이 있어 소통을 하고 계셨다. 그동안 나는 수납처로 향해 병원비 결제와 동시에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내 생애 처음으로 마주한, 그 이름도 어색하고 낯선 사망진단서에는 아빠의 사망원인은 패혈증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서류를 받아 든 순간, '아빠는 정말 우리 곁을 떠났구나.' 라는 걸 실감케 해주면서도 동시에 막막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로부터 1시간 뒤쯤, 이송차량이 도착하여 나는 하얀 천으로 둘러싸인 아빠의 곁에 앉아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혹여 '아빠가 홀로 떠나는 길이 춥진 않을까? 외롭진 않을까?' 라는 걱정이 되면서도 하얀 천에 둘러싸인 사람이 '정말 아빠가 맞나?' 라며 나도 모르게 현실을 계속 부정하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장례 절차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설명은 잘해주신 것 같았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이후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아침 8시 30분까지 장례식장으로 가야 했기에 바로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집 안에는 그날따라 유독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잠을 잘 수 있을까?' 했지만, 역시나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하였다. 빈소에 도착하여 장례 물품들을 살펴보고 난 뒤, 빈소에 놓인 아빠의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조금은 실감이 나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들에 나를 맡긴 기분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친구들과 지인들을 보는 기분은 더 이상했다. 하루 종일 우느라고 정신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시는 조문객들을 맞이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그날은 이상하게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비바람이 계속 몰아쳤다. 그 비바람은 마치 이승을 떠나기 싫은 아빠의 눈물처럼 느껴져서 밤새도록 나의 한쪽 구석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다음 날 아침 9시, 입관식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아빠를 보러 갔다.
눈을 감으신 아빠의 얼굴은 너무도 평온해 보였다. 평온해 보이는 아빠의 모습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아빠를 바라보고 있자니 간병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아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울지 않을 줄 알았다. 평소에 워낙 눈물이 없었기에 '웃으면서 아빠를 보내줘야지' 라고 생각했던 나는 입관식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나의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느새 밤이 되어 아빠의 영정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고생만 하다가 가신 아빠가 너무 안쓰러워서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웃으면서 아빠를 보내드리는 일은 참 어렵게만 느껴졌다.
다음 날, 정말로 아빠를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빠를 생각해서라도 밥을 조금이라도 먹으려고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서 입 안으로 욱여넣어봤지만,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가 않았다.
9시가 다 되어 가족들과 함께 장지로 향하는 순간부터 나는 쉴 새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참아보려 애써봤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내 생에 처음으로 겪어보는 지독한 눈물이었다. 장지에 도착하여 아빠에게 예를 갖춘 후, 아빠와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이제는 아빠와 정말 안녕이구나..
화장이 끝나고, 아빠의 유골함을 추모관에 안치시킨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유독 춥기만 했다. 그날따라 코 끝을 시리게 했던 차가운 공기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복소복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눈들이 꼭 '아빠는 편안하게 무사히 도착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라는 아빠의 마음인 것만 같아 내 마음도 덩달아 포근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굳세어지자. 아빠에게 더 자랑스럽고 든든한 딸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