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계속될 우리의 '교집합'

04. 이제 정말 안녕.

by HAM

괜스레 나의 헛헛한 마음과 알 수 없는 감정들을 뒤로한 채, 퇴사과정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갔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등의 루틴을 반복하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데 집중했지만, 생각보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씩은 조급한 마음이 불현듯 찾아올 때도 있었지만, 이왕 결정한 일이기에 신중하게 선택하여 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마음을 다 잡으려 노력, 또 노력했다.


그사이 회장님께서는 면접전형을 진행하셨고, 월요일에 새로운 후임자분이 출근하게 되었다.


이력서를 보자마자이렇게 좋은 스펙이 있는 분이 왜 우리 회사에 오셨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회사의 진실들을 다 밝히게 된다면 나의 퇴사여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는 걸 너무도 잘 알았기에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해보는 인수인계에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그 긴장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의 불안한 상황 때문에 도망가시진 않을까?’ 라는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후임자분은 다행히 나의 바람대로 잘 버텨주셨다.



인수인계를 하는 동안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퇴사일이 다가올수록 속이 더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회사가 아무리 나를 힘들게 했어도 그놈의 ‘정’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꽉 채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연차소진하기 며칠 전, 회사에서 유일한 여직원이었던 두 분과 점심식사를 했다. 연차소진으로 인해 얼굴 볼 날이 두 번 정도밖에 남지 않아 거의 마지막식사나 다름 없었기에 묘한 기분으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사무실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꽃바구니를 예약했다며 냉큼 나를 꽃집으로 데려가시고는 커다랗고 화려한 꽃다발을 건네주시며 말했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차장님.

그래도 차장님이 계셔서 회사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잘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그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크게 요동을 쳤다.


다른 어떠한 큰 것도 아닌 ‘고생많았다’는 그 말 한마디.


그 한마디가 나의 ‘3년’이란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저 감사한 마음에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 같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스스로 버티고, 이겨내고, 애썼던 시간들.


회사에서의 불안정했던 시간들이 때로는 너무 모질게 느껴졌고, 아무리 무너뜨려도 무너지지 않는 벽처럼 다가왔다.


그럼에도 지지 않고, 다시 한 발자국 나가려 했던 시도들이 오늘의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어줬다.





그렇게 출근 마지막 날, 업무를 마치고 모든 분들에게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나오니 나도 모르게 큰 숨이 나왔다.


‘오늘처럼 이렇게 공기가 맑았던 적이 있었나?’


저녁공기를 한 움큼 들이마시고는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익숙한 곳을 떠나 나의 새로운 시작이 시작된 이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이전 12화3장. 계속될 우리의 '교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