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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Jun 01.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 기장님 고추는 엄청 크네요?"

말(言)이란 때에 따라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듣는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말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린다음 한번더 생각하는 너그러움을 가지면 , 비록 말하는 사람이 실언을 하더라도 농담이나 유머로 전환 할수도 있습니다.


비행 초년 시절 국내선 비행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국내선 비행은 일반적으로 한번의 비행으로 그날의 업무를 끝나는게 아니라, 최소 하나의 목적지를 왕복 또는 왕복 2회로 일과를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목적지 도착한 시간이 점심 또는 저녁시간이 되면 보통 기내에서 도시락을 먹게 됩니다.

오래전이라 당시 경영층에서는 직원의 복지 차원에서 비교적 높은 품질의 도시락을 승무원에게 제공했는데, 승객 하기가 끝나면 항공기 앞쪽에 모여서 도시락 준비와 식사를 하곤 하였습니다.


좌석 테이블에 도시락을 준비하면 신입이나 막내정도의 여승무원이 인스턴트 미역국에 뜨거운 물을 부어 한사람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당시 도시락엔 다양한 반찬과 함께 부족하나마 한개씩 풋고추가 들어 있었습니다.


운항 승무원 2명과 객실 승무원 6명이 함께 식사를 시작할 즈음, 미역국을 나누어 주던 신입 여승무원이 나름 친절함을 보여준다고 기장님 한분에게 미역국을 나누어 주면서 아주 경쾌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기장님 고추는 엄청 크네요~~"

순간 식사하던 모든 승무원은 멍한 상태에서 그 기장님과 여승무원을 쳐다봤고, 잠시 적막이 흐르는 상황에서 그 여승무원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의미로 인해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나름 센스있는 제가 웃음을 터뜨렸고 , 고참 여승무원중 한명이 그 여승무원을 놀리며

 " 어머~~엉큼한 기집애~~" 라고 놀렸습니다,

더 웃기는건 그 얘기를 들은 기장님 당사자의 대꾸였습니다.

" 아니 , 어떻게 알았지? 보지도 않고? ㅋㅋㅋ"


그 여승무원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자기 자리에 돌아가 고개를 숙이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고, 그날 식사시간은 내내 즐거운 분위기로 끝낼수 있었습니다.

기장님도 간만에 웃으셨다고 말씀하시면서 마지막까지 즐거운 비행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선 대화가 존재하며 그 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관계의 조화가 긍정적으로 만들어질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만들어질지가 결정됩니다.

말하는 사람이 우선적으로 조심하고 신중하게 대화를 이끌어가야 하겠지만, 듣는 사람도 인내와 아량을 기본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오해는 한층 줄어들겁니다.


비행기를 타다보면 마음이 넉넉치 못한 사람들간의 대화, 인내심과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들간의 대화,자기만의 편의와 이해를 추구하는 사람들간의 대화에서 갈등과 다툼이 많이 생긴다는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밝은 표정을 짓고 먼저 인사하고 양보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이 사회는 한층 밝고 즐거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합니다.


지금도 마트에서 조금 큰 풋고추만 보면 그때의 그 기장님과 여승무원의 대화가 떠올라 혼자 미소짓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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