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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May 27.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이륙

어딘가 어수선한 옥탑방 자취방에서 깔끔하게 출근 준비를 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여맨 넥타이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문을 나서면 , 어느새 나는,  자취생에서 어엿한 남승무원이 되어 곧 이르게 될 하늘을 보며 뛰는 심장을 느끼게 된다.


남자 승무원..비행기를 조종하지 않으면서도 비행기를 타는 남자.이것이 내 직업이다.

한줄짜리 견장에 맞는 어색한 미소를 입고 도착한 회사에는 여자승무원이 더 많다. 20대 후반의 일반적인 남자 직장인이 볼때 엄청나게 부러우리만치 많은 미녀들에 둘러쌓여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에게는 그런 종류의 부러움에는 별로 희열을 느끼지 못했다.


당시의 나에게 가장 설렘이 되는 순간은 시속300킬로에 달하는 속도로 달리는순간 점보 비행기가 기수를 들어올려 땅에서 떨어지는 이륙의 순간이었다.


한줄짜리 견장을 어깨에 달고 있어도 이륙의 순간에는 비행기 무게만큼의 기대와 흥분과 긴장이 엄습해왔다.

비록 조종간을 잡고 있는 조종사는 아니었지만 나와 함께 눈을 마주 대하는 수십명의 승객을 보며 남자승무원으로서 고객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엄숙함이 이륙의 순간에 더 절실해졌다.


벌써 25년이 지났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두줄 반짜리 견장을 어깨에 차고 탑승중인 객실을 어슬렁거린다.

25년전 어색한 미소는 인자한 미소로 바뀌었고 날렵한 몸매는 중년의 넉넉함으로 바뀌었다.

승객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도 바뀌었고 내 주변엔 이쁘기만한 여승무원보다 안타까운 직장인으로만 느껴지는 여승무원만이 느껴진다.


그때와 달라지지 않은건 바로 이륙시에 느끼는 흥분과 기대감 그리고 승객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다.

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야 할 책임. 25년을 한결같이 마음에 새겨운 승무원의 존재이유를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20여분이 지나면 하늘에서의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

나는 남자승무원이다.

순항고도에 이르면 승객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분주한 승무원과 휴식을 바라는 고객들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창밖에는 하얀구름과 파란하늘이 사람들을 위로하지만 10시간이상의 비행기안에서는 가끔 불편과 불안으로 인한 갈등도 있고 , 기대와 흥분 그리고 배려로 인한 따뜻한 이야기도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목적지를 향해 무심히 날아간다.


파란하늘을 가로지르는 그 비행기안이 바로 내가 일하는 공간이며 내가 살아온 삶이다.

그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 인생의 색깔과 맛과 향기가 되어온 25년, 나는 여전히 넥타이를 고쳐매고 이륙의 순간을 기다린다.


이륙은 나에게 여전히 설레임을 느끼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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