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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May 27.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텃세

사람이든 동물이든 먼저 자리를 잡거나 집단을 이루게 되면 타인이나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개체에 대해 다소 배타적인 행위를 하게된다.

소위 말하는 텃세라는것입니다.


고상하게 밀하면 그 집단이나 조직의 문화중에 하나로 볼수 있는 텃세가 승무원 조직에도 있습니다.

정확한 용어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승무원 조직에서 신입에 대한 선배 승무원들의  텃세는 애교나 장난에 가까운 경우가 많지만 당하는 신입승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경험이 아니라 할수 없습니다.


툭히 여승무원들간의 텃세라고 할수 있는 시니어리티, 즉 기수 문화는 대단히 엄격했으며 나이와 상관없이 선배의 지시나 명령은 무조건 복종하는게 당연시 되었습니다.

해외 호텔에서 두사람이 한방을 사용하는 트윈룸에서는 침대 선택의 우선권뿐만 아니라 샤워 순서도 신입이나 후배가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개선되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텃세와도 같은 시니어리티로 인해 심리적으로 고생하는 신입 승무원들이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승무원과는 반대로 남자 승무원의 경우에는 이러한 텃세나 시니어리티가 다소 인간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아마도 군대 경험으로 인해 사회에서의 시니어리티가 다소 유치한 장난으로 여겨져서인지는 몰라도, 내 경험으론 무서운 선배보다 정이 많은 형같은 선배가 더 많았습니다.

게다가 남자들끼리는 한국에서든 서울에서든 술한잔 하고 나면 곧바로 형 동생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거 같습니다.


오래전에는 신입 승무원들이 처음 해외에 나가면 팀 선배나 사무장들이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신입 승무원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힘든 비행으로 지쳐 쓰러지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신입 승무원의 뻘쭘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난감했습니다.

게다가 노래를 하면 시킨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관심없는것 같았습니다.

물론 노래가 끝나면 박수 소리가 나지만 어김없이 앵콜을 외치는 얄미운 여승무원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시간으로 거의 새벽에, 그것도 맨정신에, 관심없어보이는 다수의 여승무원 앞에서,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혼자부르는 열창...아무리 생각해도 당사자는 뻘쭘합니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하루빨리 승무원으로서의 소속감을 키우기 위한 사무장과 선배의 배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뻘쭘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런 텃세와같은 조직문화는 시간이 흐르고 구성원의 변화가 생기면 자연적으로 바뀌거나 사라지게 됩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고 입사시기와 상관없이 개인의 인격이 동등하게 존중되는 시기에 신입이라고 장난을 치고 텃세를 부리면 징계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좀 더 평등해지고 합리화 된거 같지만 인간미는 많이 사라진게 사실입니다.

승무원들을 관리하는 팀장이나 팀 시니어로서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신입승무원들을 대하게 되면 팀내 , 조직내 갈등의 원인이 되는 세상입니다.


비행기 문이 닫히면 승무원과 승객은 운명공동체가 됩니다.

3만피트 상공의 닫혀진 공간에서는 텃세도 시니어리티도 고객의 갑질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면 힘든 비행은 좋은 추억이 될수도 있습니다.


20년 넘게 비행하면서 나도 모르게 신입에게 실수 한 일이 있다면 지금 이 지면에서 용서를 구합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비행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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