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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Jul 09.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스마트폰

삐삐...휴대폰..그리고 실패한 시티폰..이제는 스마트폰의 시대입니다.

스마트 폰이 가져다준 일상의 변화는 승무원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무원이 되어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는 한국으로의 연락이 거의 불가능하였습니다.

비싼 국제 전화 요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게 하였고 이메일이라는 연락 방법도 컴퓨터나 노트북이 없으면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번 비행 나가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아들 딸 혹은 남편이나 아내의 생사(?)조차 쉽게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것이 선불 전화카드가 나오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의 애인이나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었는데,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구매하는 것이 국제 전화 전용 선불 전화카드였습니다.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면서 개인용 노트북을 이용한 무료 국제 전화가 인기를 얻게 되었고, 마침내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우리 승무원들도 가족 또는 애인과의 연락이 아주 쉬워졌습니다.

특이한 것은 연락이나 연결이 쉬워지면서 여승무원들의 연애 기간도 길어졌고(^^) 장거리 비행에서의 외로움이 한층 줄어들었습니다.

결혼 후 첫 딸을 낳은 후에는 해외에서 주로 이메일을 이용해 연락을 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카톡, 보이스톡, 심지어는 페이스 톡으로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을까요?

이렇듯 스마트 폰은 우리 승무원 생활 전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0년 전 한국에는 아직 아이폰이 개통되기도 전의 일입니다.

대세가 될 조짐이 보였던 스마트 폰을 뒤늦게 따라잡으려고 하던 , 우리들의 자부심 삼성에서 내놓은 스마트폰, 소위 ' 전지전능한 ㅇㅇㅇ' 알려진 그 스마트폰에 뒤통수를 맞은 나와 내 아내는 소문이 자자한 아이폰 조차도 믿지 않았습니다.

국내 일부 마니아들을 통해 알려진 아이폰에 한 평가는 혁명,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 전지전능한 ㅇㅇㅇ' 에 한방 맞은 나로서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그냥 전화기의 일종이며 게임 이외는 특별한 기능이 없을 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뉴욕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는 항공편에서 탑승이 시작되자 일등석 전용 브리지(탑승구)를 통해 승객 한분이 들어오시는데, 오른손에 무엇을 쥐고 팔을 치켜올린 채 만면에 미소를 지으시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어르신이 아이처럼 오른손을 치켜들고 저쪽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말입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분의 모습이 선명해짐과 동시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에 든 물건은 무엇이고 , 오늘 첨 뵙는데 나를 향해 저렇게 활짝 웃으시는 이유는 무엇이며, 걸음걸이에서 나오는 저 오만한 포스는 과연 무엇일까?


승무원이 환영 인사를 하자 손에 쥐고 계신 작은 상자를 내 얼굴과 여승무원 얼굴에 가까이 대며 하시는 말씀.." 짜잔~~아이폰!!"..

그러고는 일등석 자기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문득 그 승객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타이틀은 대표이사인데 하는 행동은 대표 모지리(거친표현 죄송함다. 단지 표현을 하기위해서리...^^)같아 보였습니다.

대충 탑승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환영 인사를 하기 위해 그 대표님께 다가갔습니다.

팔걸이에 올려둔 그 네모상자를 보자 내 머릿속에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개통도 안 되는 아이폰을 왜 사셨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개통이 불가능한 스마트폰을 비싼 돈을 주고 산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됐지만 일등석이나 타시는 대표라는 분이 체통 없이 자랑하는 모습도 과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이유는 있겠지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탑승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그 대표님을 찾아가서 잠시 인사를 나누고 여쭤 보았습니다.

" 대표님~~ 아직 한국에선 아이폰이 개통 안되는데 왜 사셨어요? "

" 아~~ 이거요? .. 아이폰이잖아요. 개통 안돼도 가지고 있음 멋있잖아요.. 하하하"

개통도 안 되는 아이폰을 멋있게 보이려고 사셨다는 그 대표님, 당시는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롭게 출시되는 아이폰은 이제 트렌드가 되어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전지 전능한 ㅇㅇㅇ' 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우리의(?^^)삼성에서도 뒤늦게 갤럭시폰을 출시하여 , 이제는 아이폰과 함께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니, 저처럼 ' 전능하신 ㅇㅇㅇ' 뒤통수를 맞지 않으신 분들은 애국의 입장에서 갤럭시 폰을 많이 선택하셨을 겁니다.


이런 추억 때문에 많은 승무원들이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무선 이어폰 , 일명 ' 콩나물'을 귀에 꽂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손님이 기억납니다.

한국 도착할 때까지 주무시지 않을 때는 계속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셨으니...

그러면서 얼마나 즐거워하셨을까?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과 10년 만에 모바일 환경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 녀석은 서랍 속에 보관된 옛날 버튼식 집 전화기를 아주 신기해합니다.

그러니 아이폰 이전의 휴대폰의 작동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를 못합니다.

응팔 시리즈에 나오는 삐삐는 무엇에 사용했는지 상상도 못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스마트폰 출시 이후 너무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편리한 만큼 우가 잃어버리는 것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또한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인한 가족 간의 대화 단절이나, 메신저로 인한 과도한 업무 지시 등은 스마트폰의 폐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 톡만 해도 그렇습니다.

보이스톡 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페이스톡은 정말 아주 가끔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여승무원이 한국에 있는 애인에게 페이스톡을 보냈는데 받지를 않자 의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시간으로 밤 12시가 넘었는데 톡도 안 받고 페이스톡도 안 받고...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건 좋은데 보여주기 싫을 때 보여줘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스마트폰의 장점이나 나쁜 점이 아닐까요?


늘 손에서 떠나지 않는 스마트 폰...

저는 아직 스마트폰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확실히 모르지만, 그토록 쓰고 싶은 글을 이렇게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고마운 일입니다.

좋은 도구 일지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나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닌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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