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k split
Jul 11. 2020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이 지역마다 다르다. 이것을 우리는 시차라고 하며 어떤 한지역을 기준으로 +1에서 점점 증가하거나 반대로 -1에서 증가하며 표시하는데 그것을 GMT 라고 한다.
이 GMT 의 차이만큼 시간의 차이가 생기는데 그것을 시차라고 부르며 ,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 가장 힘들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 시차적응이다.
한두 시간 차이나는 지역을 다녀와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5시간 이상 차이나는 중동이나 유럽, 그리고 10시간 이상 차이나는 미국 동부 지역을 다녀오면 그야말로 시차 적응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비행을 그만둔 내 아내는 지금도 승무원이었을 때가 제일 좋았고, 다시 비행하고 싶다고 말하다가도,시차 적응에 관한 생각을 하면 마음이 싹 바뀐다고 한다.
한국시간으로 밤 11시 넘어서 픽업(pick-up)을 하는 미국 동부 지역에서 돌아오는 귀국 편은 20년 이상을 비행한 나도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시차가 큰 비행이다.
비행 근무를 위해 오로지 시차 적응에만 신경을 쓰고 행동하면은 24시간 만에 적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수면에 관한 적응일 뿐 생체시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시차 적응에 필요한 적정시간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 48시간 이상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아무리 젊고 건강하다고 할지라도 10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는 지역을 3~4일만에 오가게 되면 낮과 밤이 바뀜으로 인한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최소 10~14시간 이상을 수면이나 휴식을 해야만 피로감을 풀 수가 있다(개인마다 차이가 남)
과거에는 해외 체류 시간이 비교적 40시간에서 70시간까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길어야 40시간 정도이니 시차 적응의 어려움은 점점 힘들어지기만 할 뿐, 개선되어진다는 느낌은 없다.
이유는 결국 , 항공사간의 심화된 경쟁과 어려워지는 경영 성과 달성 때문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경영층이 인지하고 있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시차 적응을 위한 방법은 승무원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몇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 번째가 술이다.
비행 피로로 인해 호텔에 도착하면 바로 잠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한국시간으로 아침이 되면 생체시계는 수면을 거부하기 시작하고, 피곤에 쩐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결국 10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낮과 밤이 바뀜으로 인해 신체 활동량도 적어진다.
이러한 생활이 한 달 내지 수개월 정도만 한다고 생각하면 건강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일단 승무원이 되면 장기 휴가나 병가가 아니면 시차로 인한 피로를 풀 수가 없다.
그래서 좀 더 깊이 오래 잠들기 위해 술을 먹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시차 적응을 핑계로 많은 승무원들이 호텔에 도착해서 잠들기전에 습관적으로 모여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 잠들기 위한 방법으로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지만 술로 인한 부수적인 문제 발생으로 요즘은 거의 마시지 않는 추세다.
두 번째는 운동이다.
도착해서 바로 운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 잠들기전이나 깨고 나서 스트레칭이나 헬스 등으로 생체 리듬을 강제로 현지화시키는 방법이다.
웬만한 호텔은 헬스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헬스로 시차도 적응하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헬스나 스트레칭 또는 가벼운 산책등이 시차 적응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호텔 헬스를 이용하다 보면 현지 시간으로 한밤중이거나 아주 이른 새벽일 경우가 많은데 혼자서 헬스를 하다 보면 무서울 때가 많다.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덩치 큰 흑인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는데, 움찔하는 나를 보고 그 흑인도 움찔하면서 서로 멋쩍게 웃은 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약물, 즉 수면유도제를 사용하는 경우다.
웬만해선 권하지 않는 방법인데 픽업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말똥말똥한 상태로 침대에서 뒤척이다 보면 한 번쯤 수면유도제의 유혹을 받게 된다.
내 경우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데, 픽업 때 한숨도 못 잔 상태에서 퀭한 모습으로 잘 먹히지 않은 화장빨로 나타난 여승무원을 보게 되면 수면 유도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요즘 후배들은 입사하기 전에 시차 적응의 어려움을 미리 알고 와서 그런지 약물이나 술 보다 운동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입사 이후 헬스장에서 처음 여승무원을 본 게 10년이 훨씬 지나서였으니....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하지 않고 시차 적응을 했는지 안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한 번은 남자 팀장이랑 둘이서 헬스장에 갔었는데, 함께 비행 온 타 팀 여승무원이 운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 저 친구는 평가를 잘 줘야겠다. 이렇게 혼자 여기 와서 운동을 하는 거 보면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할 수 있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친구는 거의 일도 잘할 거야~~"
맞는 말씀이셨다.
왜냐하면 나와 같이 같은 존(ZONE)에서 근무한 그 여승무원은 실제로 표정도 좋고 상냥하고 성실했기 때문이다.
승무원 생활을 건강하게 오래 하려면 건강 관리가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시차적응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늘 접하고 사는 우리 승무원들에겐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때 운동한답시고 호텔에서 '절'운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 잔소리쟁이 교회 집사 아내가 하필 왜 '절'을 하느냐고 핀잔을 준 적이 있었다.
헬스장 두고 왜 방에서 그걸 했는지...지금 생각해보니 우습기도 하다.
담에 기회가 된다면 헬스장에서 흑인이 들어오면 '절'운동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