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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Aug 06.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낙타의 눈물

사막의 나라 중동. 처음 가본 두바이의 풍경은 상상 속의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20여년 전 신규 취항한 두바이 비행을 갔을 때, 체류하는 호텔 주변은 온통 고층 빌딩 건설 현장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낮 동안에 달구어진 물탱크가 밤이 되어도 좀체 식지 않아 호텔에서 샤워할 때도 뜨거운 물만 나왔습니다.

그 정도로 더운 나라에 사람이 사는 것도 신기했지만 거기를 관광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신기하였습니다.


5박 6일의 여정 중 3일을 머물러야 하는 그곳에서 여승무원들과 투어를 가기로 정하고 비행 첫날의 밤은 조용히 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가기로 한 투어는 지금은 유명해진 바로 그 '사막투어'였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다는 이전 체류팀의 정보만 믿고 나를 포함한 9명의 팀원들이 다음날 낮 3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사막투어는 SUV 차량에 탑승한 관광객을 태우고 사막의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며 짜릿한 쓰릴을 느끼는 일종의 어드벤처 스타일의 투어 프로그램인데 사막의 일몰도 볼 수 있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저녁을 먹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 전에는 현지인의 벨리댄스도 구경하고 낙타를 탈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물원이 아닌 장소에서 처음 낙타를 본 곳이 그곳인데, 관광객을 태우고 사막을 잠시 걷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따라 낙타를 타는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안내를 듣고 잠시 실망했지만 발을 구부려 모래 바닥에 앉아 있는 낙타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씻지 못해 조금 냄새가 났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낙타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냄새가 주는 역겨움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만져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큰 낙타의 덩치에 다소 주저하다가 낙타의 눈을 마주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무엇에라도 맞은듯한 느낌이 들면서 낙타의 눈에 고여 있는 눈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그것이 눈물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눈에 고여 있는 물끼가 내게는 눈물로 인식되었고, 왠지 모를 애처로움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사막이라는 곳에서 태어난 운명 때문에 일생을 모래 먼지와 싸워야 하는 낙타의 일생이 슬퍼 보이는 데다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매일매일 찾아와 성가시게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 낙타의 눈에서 눈물이 보였던 게 아닐까요?


어린 시절 동물원에 가면 갈 때완 다르게 돌아올 때는 우리 안의 동물들이 불쌍하게 여겨졌었는데, 그 감정이 나이 30이 넘어서도 살아 있다는 생각에 그 낙타에 대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두바이 외에 낙타를 볼 수 있는 곳은 이집트 카이로였는데 거기에선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주변을 돌면서 즐거운 감정이 더 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낙타의 눈물은 거기서도 본 것 같습니다.

인간을 등에 태우고 하루 종일 매일매일 일 년 내내 일생을 그리 살다 죽는 낙타의 삶에서 어찌 눈물이 보이지 않을까요?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 아장아장 걸을 때쯤 ,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참 많이도 간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즐거워하리라는 인간의 생각 때문에 그곳을 즐겨 갔지만 철창 속의 동물들은 과연 즐거울까?라는 생각에 늘 집에 돌아오면 내 마음은 그리 즐겁지 않았습니다.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경험한 동물원 이후의 꺼림칙함이 두바이 사막에서 본 낙타의 눈물에서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혹, 인간에 대한 원망이 있지만 운명의 족쇄에 묶인 분함 때문에 흘리는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동물들은 늘 갇혀 있거나 묶어져 있습니다.

그들이 인간에게 주는 즐거움에 비하면 인간이 그들에게 제공하는 목이는 아주 하찮은 정도입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반려동물을 사랑하거나 야생동물을 지켜준다면, 지구라는 이 아름다운 별이 우주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라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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