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k split
Aug 15. 2020
나에게 누군가가 여자의 마음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딱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당최~' ㅋㅋ
지금껏 살아오면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늘 여자들에게 둘러 싸여 살아오면서 나름 여자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왔다.
하지만 확실하게 여자에 대해서 알게 된 건 한가지,
여자란 당최 모르겠다..라는 사실.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누나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여자에 대한 배려가 생긴 건 사실이다.
그 덕에 10대1 정도의 비율로 여자가 많은 승무원 조직에 몸담아 오면서 여 승무원들과 사소한 문제조차도 거의 없이 잘 지내왔다.
그들과 함께 비행하고, 여행하고, 밥먹고, 술을 마시면서 그들의 고민도 듣게 되고 어려움도 해결해 줬지만 여전히 여자의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는 게 결론이다.
하물며 20년을 함께 살아온 집에 있는 이쁜 여자 조차도 심심치 않게 여전히 나를 당황하게 한다.
당최 알 수 없는 여자들의 마음 중에 하나가 이성에 대한 생각이다.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여승무원들이 하는 얘기가 거의 비슷하다.
" 외모는 중요하지 않고 성실하면 되고 부드러운 성격에 매너만 좋으면 돼요. 유머 감각이 있으면 더 좋구요, 인간관계가 원만한 사람이면 돼요"라고 말하던 여승무원이 어느 날 남자 친구의 사진을 보여주면 일단 외모가 말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내 동기 중엔 유머감각이 최고이며 외모는 보통 수준인데 여승무원과 한 번도 사귀어 보지 못한 동기가 많다. 성실하고 매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평생의 반려자를 고르는데 사람만 조고 고를 순 없겠지만 마음속의 이상형과 밖으로 표현하는 이상형의 차이에서 어게 될 인지부조화의 문제는 어찌하려고..
동기 중에 모델 수준의 외모와 세련된 매너를 갖춘 동기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은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해도 많은 여승무원들이 매너가 좋다고 칭찬을 하는데 좀 전에 언급한 그 유머 감각만 좋은 동기는 '입을 가리고 고개까지 돌려서 기침'을 해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래서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여자들의 말(言)은 당최 믿을 수가 없다.
나와 비슷한 나이 때도 그들의 주제는 남자에 대해서였고, 직급이 올라 상사가 되었어도 그들에게서 듣는 가장 큰 고민은 남자에 대해서였다.
'남자는 왜 그런 걸까요?'...
남자에 대해서 일반적인 내용을 열심히 이야기해주고 다독거리고 이해를 시켜도 결국은 남자는 다 똑같다는 여자들의 결론..
그들과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해도 정답을 모르겠다.
당최 알 수 없는 여자들의 행동도 있다.
쇼핑에 관한 한 여자들의 행동은 수수께끼다.
한 번은 12인승 작은 승합차를 빌려 남자 후배 한 명과 8명의 여승무원들을 데리고 와인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나파밸리'라는 와인 생산지를 둘러본 적이 있다.
맑은 날씨에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보니 모두들 피곤해 보였다.
오후 3시쯤 호텔을 향해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나와 남자 후배를 제외하곤 모두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 반대 차선에 있는 '아웃렛'광고판을 보고 나도 모르게 "어 저기 쇼핑몰인가? '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갑자기 운전석 뒤에 자고 있단 그녀가 "거기 들렀다 가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 자고 있었는데... 더 웃기는 건 자고 있던 여승무원들이 모두 갑자기 깨어나더니 이구동성으로 쇼핑몰을 들렀다 가자는 것이다.
결국 남자 후배의 도움을 받아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다시 반대 차선으로 가는 국도를 찾아서 우리는 쇼핑몰을 들렀다 귀가했다.
사실 이건 문제가 아니다.
평소 반품 내지 교환을 염두에 두고 쇼핑을 하는 여자들의 심리 때문에 그곳 쇼핑몰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머물러야 했다.
반품이나 교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매 결정을 어려워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알기에 후배와 나는 매너 있는 남자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그녀들의 갈등과 고민을 기다려 줘야만 했다.
한 여자를 선택해 20년 가까이 살다 보니 당최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 중에 최고는 '변덕'이 아닐까 싶다.
그 변덕에 맞추어 살다 보니 거의 해탈에 경지에 오를 정도다.
한 여자의 변덕도 감당하기 힘든데 고2가 된 딸아이의 변덕까지 가세했으니 당분간 내 미래는 흔들리는 지진 계위의 위태로운 유리잔이 아닐까 싶다.
아침 기분 다르고 저녁 기분 다를 수 있는 건 남자의 경우도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밥 먹는 밥상에서 숟가락 들 때와 내릴 때 달라지는 아내와 딸의 행동을 보면 당최 여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외출하거나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짐 싸다가도 갑자기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나섰던 외출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분위기가 싸해지는 경우가 있다.
비행할 때도 여승무원들의 변덕은 심심찮게 경험했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무심코 던진 말로 인한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오해를 풀기 위한 억지스러운 행동보다 스스로 오해를 풀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정답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본 내용 중에 '여자들은 생각을 거듭할수록 부정적 결론을 내린다'라고 한 문장이 기억난다.
진화 심리학에 의하면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들은 생존을 위해 배우자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게 바로 여자들이 생각을 많이 하는 이유고 자신이 선택한 결정을 수시로 바꾸는 변덕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여자의 마음을 당최 알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를 알면 여자의 변덕이 이해가 가고 생각이 많은 여자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와 인내가 생긴다.
하지만 매너 있는 남자도 아주 가끔은 야생 원숭이나 고릴라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땐 여자들도 남자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 주는 센스가 필요한데, 여전히 우리 마누라는 내 월급을 가지고 내가 킹콩이 되기를 부채질한다.
아~ 진짜 여자의 마음은 당최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