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split Sep 10.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우린, 만나야 한다..

때론 그리워하고..때론 다투기도 하고..때론 혼자 있고 싶기도 하지만, 우린 , 만나야 한다.


얼마 전 우연히 선배 사무장님을 우연히 만났다.

잊혀져 있던 기억 속의 반가움이 되살아나며 우린 만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선배랑은 팀을 한적도 없는데, 그저 하와이 비행을 한번 한 것뿐인데, 그것도 10년도 훨씬 이전에 했는데, 그저 그때의 비행이 즐겁고 행복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반갑고 즐거웠다.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사람으로서 서로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서는 , 이왕이면 좋은 관계가 나쁜 관계보다 낫다.

7천 명이 넘는 우리 승무원 조직에서 우리는 같은 팀원이 아닌 승무원도 1년이면 100명 넘게 만난다.

그 많은 만남의 결과가 모두 좋을 순 없겠지만, 만나는 비행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가끔 그 사람이 그리워지고 우연히 만나게 되면 반갑게 된다.


승객도 마찬가지다.

주고받는 관계 이전에 항공기 문을 닫는 순간부터 같은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사실을 늘 생각한다면 서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 된다.

30000피트 상공의 구름 위 아름다운 공간에서의 만남이란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가?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 다소 짜증스럽더라도 , 고개 돌려 심호흡 한 번이면 끝날 일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에 찌꺼기를 남기거나 , 심지어 집으로 돌아가서까지 신경을 쓴다면 이 얼마나 시간낭비이며 인생 허비인가?


만남이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70억 인구 중에 하필이면 당신인가? 라는 생각보다 70억 인구 중에 당신을 만날 수 있다니... 라는 좋은 마음을 가지면 만남 자체가 소중하고 인생의 재산이 된다.

난 아직까지 피하고 싶은 사람보다 보고 싶은 사람이 더 많다.

만남 없이 혼자서 살 수 있는 신선(神仙?)의 경지에 이르지 못할 바엔,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만나면 반가운 그런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의 시간이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이상하게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첫사랑 그녀 만큼은 만나고 싶지 않다.

아마도 피천득 선생의 '아사코'처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두려운 나이이기 때문인 모양이다.


어제는 운 좋게 비 갠 후 무지개를 봤다.

코로나가 끝나면 보고 싶은 사람을 실컷 만나야겠다.


우린,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비행기 타는 남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