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k split
Sep 20. 2020
중1 아들 녀석을 보고 나의 아버지를 생각해 본다.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슴으로 삭이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 묵묵히 그 책임을 다하시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 하루 종일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는 내 아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특별히 부모 말을 안 듣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아들이면서도 나와 다른 성격과 성향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기억 속에 내 아버지는 나에게는 늘 너그러우셨던 것 같은데, 내 아들을 보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든다.
내 아버지와는 다르게 내 아들을 위해 항상 같이 놀아주려 노력했고, 용돈이 부족할까 봐 아내 몰래 용돈을 주기도 했으며, 남자 다움의 기본인 약간의 허세도 가르쳤건만, 내 아들은 아빠랑 함께 운동하는 것을 조금씩 싫어했고, 엄마 몰래 주는 용돈에도 크게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남자 다움보다 꼼꼼하다 못해 지질해 보일 정도로 단정하려 하고 동네 편의점에 잠깐 갈 때도 깨끗한 옷에 단정한 머리, 그리고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고가는, 나와는 정 반대의 모범생의 모습,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를 고수한다.
외모는 나랑 판박이인데 성향과 성격은 전혀 정반대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외출할 때마다 사소한 이유로 중 1짜리 아들과 다투곤 한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녀석의 태도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 아들을 삐지게 하기도 하고, 규정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는 내 운전 태도를 지적하는 아들 때문에 내가 삐지기도 한다.
정말 부자 관계가 이래도 될까?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의 부자 관계는 양호 합니까? 라고...
중학생 시절이 지나면 달라지리라 믿지만 코로나로 인해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내 행동 하나로 아들의 생각에 잘못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결국에는 지놈도 아버지가 될 텐데 어찌 이리 아버지의 마음을 못 알아주는지...
나 역시 돌이켜 보니 아버지에게 작지만 많은 상처를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믿어 주신 아버님이 이제서야 위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 믿음직스럽지 못한 아들이 어떤 결과물을 이루기 전까지 참고 기다려야 했던 그 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아들의 도전을 무작정 내버려 둘 수도 없고 , 그렇다고 무작정 막을 수도 없는 게 아버지의 마음인데,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아버지는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부정(父情)과 모정(母情)의 차이가 여기서 온다.
어머니는 아들의 안전과 평안을 더 많이 생각하지만 ,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와 성장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전 없이 성장은 없다' 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버지는 아들의 실패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도 편의점에서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짜증과 한숨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인자한 미소와 함께 카드를 건네며 한마디 한다.
"더 필요한 건 없냐? 마음껏 골라봐.."
.,,,.
(아버지!! 혹 제가 잘못한 게 있었더라도 참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